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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업은 '참치'급 인재 원하는데… 사교육은 '잡어'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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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7]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

"수만명 먹여살릴 인재 필요한데 현재 교육 시스템에선 안 나와"

"사교육, 국가 경제에 도움 안 돼… 학원 보낼 시간에 책을 읽혀라"

조선일보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는 사교육으로는 4차 산업 시대에 살아남을 인재를 키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조인원 기자


"사교육이 국가 경제적으로 기여하는 것이 전혀 없는데, 부모들이 왜 사교육에 매달리는지 안타깝습니다. 사교육을 시킬 시간에 책을 읽히면, 아이가 훨씬 호기심 많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겁니다."

삼성전자 부회장을 지낸 윤종용(73)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사장은 사교육 회의론자다. 사교육은 지식 암기를 위해 주입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을 지난 24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 교육은 잡어급 인력만 배출"

윤 이사장이 사교육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는 것은 20년 가까이 삼성전기·삼성전자 사장·부회장으로 대기업을 이끈 경험 때문이다. 그는 기업에 가장 필요한 인재로 '호기심이 많고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을 꼽았다. 이들은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이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기업 입장에선 새로운 일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주입식 교육에 치중하다 보니, 이런 창의적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특히 곧 현실화할 4차 산업 시대에는 창의력·탐구력·통찰력이 있는 사람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교육으로는 이런 인재를 키울 수 없을 겁니다."

윤 이사장은 대기업 CEO로 있을 때부터 교육·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지금도 대구경북과기원·한국공학교육인증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1만~2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대한민국의 살 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명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인재 철학이기도 하다.

윤 이사장은 하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으론 수만명은커녕 수백명도 먹여 살릴 수 없는 인력만 배출될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공교육은 평준화를 강조하다 보니 천재가 나올 수 없는 구조가 됐고, 사교육은 지식의 주입만 강조하지 창의력 향상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그는 평소 서울대 공대 후배 교수들을 만날 때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 등 해외 대학에선 대양(大洋)을 누비는 '참치'급 인재를 속속 배출해 내는데, 우리는 서울대조차도 한강에만 머물 '잡어'급 인력만 키워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사교육비가 국가 R&D 예산 1.5배"

윤 이사장은 "과거 사례를 볼 때 학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면서 "삼성그룹 CEO로 있을 때도 같이 일하던 임원의 출신 학교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대 출신 중에서 성실하고 순수하며 '헝그리 정신'으로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사교육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로 '학벌에 대한 집착'과 '부모의 허영'을 꼽았다. "다른 집에서 아이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고 사교육을 시키는데 우리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인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국가적으로 연간 30조원이라는데, 올해 우리나라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19조원에 불과합니다. 사교육 시장이 정부 R&D 예산의 1.5배인 셈이지요. 사교육에 쓸 돈을 R&D에 쏟아부었으면 국가적으로 훨씬 좋은 성과물이 나올 겁니다. 사교육 받아서 일부는 더 좋은 대학에 갔겠지만, 그 사람들이 대학을 나와서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김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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