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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MONEY & RICHES] 반려동물·유언·치매까지 신탁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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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탁의 기원으로 회자되는 이야기는 이렇다. 중세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십자군전쟁 때 귀족들이 전쟁에 나가면서 남은 가족을 돌봐야 하는데 당시 재산에 대한 소유권은 성년 남성만이 가질 수 있었다. 본인이 전쟁에 나가 있거나 혹여 돌아오지 못했을 경우를 대비해 누군가(수탁자)에게 재산을 맡기고 수탁자가 가족의 생활 유지 등 일정한 목적에 따라 관리해주는 게 필요했다. 수탁자가 관리해주다가 주인의 아들이 성년이 되면 재산권 전체를 돌려주는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부터 신탁이 하나의 계약관계로 자리를 잡게 된다.

신탁 금융상품이 최근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부자들의 전유물로 인식돼온 신탁 상품을 대중화하기 위해 고객 맞춤형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고액 자산가들이 가입하던 상품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이색 상품들, 일반 고객들이 가입할 수 있는 대중형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저금리·저수익으로 재테크 상황이 악화되자 고객들도 자산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 신탁 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신탁시장은 올해 하반기 '신탁업법' 제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존 개별 투자상품 판매 중심 시장에서 종합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중심 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탁업법 개정은 앞으로 신탁업자가 신탁 본연의 종합재산관리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신탁업은 국내에선 아직 시작 단계지만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은행들이 다양한 상품으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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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고령화 사회 진입과 1인가구 증가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객 사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를 위한 'KB 펫(Pet) 신탁', 엔터테인먼트 및 편의점 관련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1코노미 ELS/ELB', 고객수수료 부담을 완화한 '착한신탁' 등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금융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은 2014년 말 대비 현재 2년여 만에 수탁액이 2배가량 성장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금전신탁의 경우 전체 수탁액이 시장 내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점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신탁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11개월 만에 은행권 최초 수탁액 1조원을 돌파했다.

KEB하나은행은 상속이나 후견을 포함한 종합재산관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해 3000억원 수준을 계약했고, 2013년 민법 개정으로 새롭게 시작한 법정후견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성년지원후견신탁을 출시했다. 또한 자산가들의 부동관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동산 신축·리모델링 서비스, 부동산 매입·관리·처분 서비스 등 금전·부동산을 포괄한 토털 재산관리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일본 등 선진국 사례를 연구해 최근 '가족배려신탁'을 출시했다.

유언대용신탁이 맞춤형 상품이라면, 가족배려신탁은 실속형 상품이라는 차별성을 지닌다. 장례 비용 처리 등 모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보급형 상품을 설계했다. 국민 누구나 최저 1만원부터 최고 5000만원까지 소액으로 가족배려신탁에 가입할 수 있고 장례비 처리, 세금 납부, 채무상환 또는 유산 정리 등 내가 사망하면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유족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예치형·적금형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상조서비스를 추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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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중위험·중수익 위주의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신한은행은 오는 4월 손실제한형 상장지수증권(ETN)을 은행권 최초로 출시할 예정이다. 손실제한형 ETN이란 손실은 제한하되 수익은 기초지수의 변동과 연계해 향유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증권회사가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이지만 거래소에 상장돼 ETF나 주식처럼 거래되는 증권 형태의 상품이다. 이 상품은 ELS처럼 지수에 연계하여 다양한 구조의 상품 출시가 가능하면서도 최대손실한도를 사전에 약정한다는 중요한 차별점이 있다. 향후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주요한 투자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국내 최초로 '위안화MMT' 신탁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국내 유일한 위안화 청산 은행인 교통은행 서울지점과 업무 제휴를 맺고 내놓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상품이다. 위안화 MMT는 1.5% 수준의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기존 입출금이 자유로운 위안화 상품은 대부분 0.1~0.2% 수준의 저금리라는 점과 차별화된다. 특히 이 상품은 대중국 무역이 많은 중소기업들을 초점으로 맞췄는데 우리은행 명의로 AAA신용등급의 교통은행에 위안화 예금을 운용함으로써 고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대중국 무역업체의 환리스크 헤지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밖에 우리은행은 달러 강세를 예상하거나 달러 여유 자금을 보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달러 ELT'도 올해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이번 외화신탁 시스템 구축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증가하는 외화 자산에 대한 고객 수요를 충족하도록 외화 ELT, 외화 채권 등의 다양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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