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30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주담대 금리 2%대에 한달 대출 3.7조 급증… 집값 부채질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출금리 하락

주담대가 가계대출 증가 이끌어

정부 대출금리 인하 압박도 한몫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최저 2%대까지 하락했다. 이로 인해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이달 들어서만 4조 원 넘게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기도 전에 부동산 매수 심리가 꿈틀대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주담대 고정금리 3년여 만에 2%대로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2.940∼5.445%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일(연 3.480∼5.868%)과 비교하면 상단이 0.423%포인트, 하단이 0.540%포인트 낮아졌다.

주담대 금리 하단이 2%대로 떨어진 것은 약 3년 만이다. 최근 물가 상승률이 안정세를 보이고 대통령실이 ‘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급락한 모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에 따라 산출되는데 지난달 3일 3.895%였던 수치가 이달 21일 3.454%로 0.441%포인트 떨어졌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장금리 인하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가팔라지고 있다. 20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362억 원으로 지난달 말(703조2308억 원) 대비 4조4054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만 3조6802억 원 늘며 증가세를 이끌었다.

통화정책 전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최근 ‘향후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리스크’ 보고서에서 “정책금융 확대와 주담대 금리 하락으로 주택 매수 심리가 개선되면서 금융권 가계대출이 4월 들어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향후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팽창으로) 전환될 경우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정부도 가계대출 증가에 한몫

동아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과 관련이 깊다. 주택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대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는 작년 12월만 해도 2만7000가구 수준이었지만 올 4월엔 4만4000가구를 넘겼다.

이런 와중에 정부도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을 풀어 가계빚을 더 부풀리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당국은 연초부터 ‘상생 금융’을 내세워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와 이자 캐시백(환급)을 압박하며 시장금리를 계속 끌어내렸다.

특히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주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사실상 주문하는 듯한 발언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가계대출 급증과 이자 부담 감소는 부동산 시장에 매수 심리를 일으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위험이 크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가 내리더라도 대세 상승보다는 핵심 지역 위주로 가격이 뛰는 양극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출금리가 낮아진다고 해도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내달 시행되는 만큼 전국적으로 상승세가 나타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서울 강남 등 상급지는 신고가가 나오겠지만 비강남이나 수도권 외곽·지방은 회복세가 더뎌 지역별 집값 격차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