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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박 前대통령 검찰청서 21시간 30분만에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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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열람만 7시간… 박 前대통령,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

검찰, 신문에만 14시간 진행 "물을 것 묻고 들을 것 들었다"

박 前대통령, 혐의 대부분 부인… 답변 곤란할땐 변호사와 상의도

檢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 신병처리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검찰에 소환된 지 약 21시간 30분 만인 22일 오전 6시 55분 서울중앙지검을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최장 시간 조사를 받은 사람으로 기록됐다. 1995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은 16시간 20분간, 2009년 4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약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앞서 21일 오전 9시 23분쯤 뇌물 433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해 이날 밤 11시 40분까지 약 14시간 동안 신문(訊問)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이후 7시간 넘게 검찰의 피의자 신문 조서를 열람·수정한 뒤 자택으로 돌아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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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6시 55분쯤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전날 오전 검찰에 출석한 지 21시간여 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조서 열람에만 7시간 이상을 썼다. 검찰 조사에 입회했던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조서 내용이 많아 꼼꼼하게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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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 검사(검사장)는 22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것은 없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김수남 검찰총장이 수사팀 의견과 참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이르면 다음 주 초쯤 결정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노 차장 검사는 "오늘 새벽 조사를 마쳐서 (박 전 대통령) 조사 내용과 증거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단계"라며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프로세스(절차)가 있다"고 했다.

수사팀의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대면조사와 관련해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을 물었고,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들어야 할 것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사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으며 우리가 원래 준비했던 질문 외에 추가로 물은 것은 있어도 묻지 못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피의자 신문조서 분량은 수백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조사가 만족스러웠느냐'는 질문에는 "so so(그저 그랬다)"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거나 사실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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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지시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며 단답형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 이렇게 진술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길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답변이 곤란하거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은 질문에는 "변호사와 상의를 해도 되겠느냐"며 입회한 유영하(55) 변호사 등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61·구속기소)씨와의 공모(共謀) 관계에 대해서는 "최씨가 사익 추구를 하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고, 정호성(49·구속기소) 전 비서관에게 청와대 문건을 최순실씨에게 넘겨주라고 지시했는지에 대해선 "취임 초기 포괄적으로 '(최순실씨에게) 물어보고 하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시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의견서나 대국민 사과 등에서 밝혀온 입장과 같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업무수첩과 정 전 비서관의 녹음파일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서 많이 공개됐던 내용이라서 그런지 박 전 대통령은 차분하게 '나는 모르는 일이다'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열람하는 데 7시간이 걸린 것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관계자는 "워낙 꼼꼼해 조서 내용 중 궁금한 게 있으면 (변호사들에게) 물었고 변호사들이 설명하는 과정이 이어지면서 늦어졌다"며 "무척 지쳤기 때문에 틈틈이 휴식을 취한 것도 늦어진 이유"라고 했다. 21일 밤 12시쯤부터 처음 2시간가량은 변호사들이 조서를 열람했고, 그 사이 박 전 대통령은 소파와 침대 등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의 1차 열람이 끝난 뒤엔 박 전 대통령이 다시 조서를 보면서 수정할 부분은 검찰에 수정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에 참여한 유영하·정장현 변호사 외에 조사실 옆 대기실에 있던 변호사들과도 다 같이 몇 차례 회의도 했다고 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성격이 매우 신중하고 꼼꼼한 분인 것 같았다"며 "모든 내용을 하나하나 직접 다 점검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새벽 1시쯤 취재진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악의적 오보, 선동적 과장(誇張) 등이 물러가고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며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손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검찰은 특검과 다르게 정치적이지 않고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려고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도 했다.

[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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