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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美 금리인상 후폭풍…증권사, 채권에 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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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 트럼트 당선 후 무방비로 당해…방망이 짧게 잡고 단타로 대응 손실 방어전략 ]

머니투데이

증권업계가 미국발 금리 인상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0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보유한 증권업계는 채권금리가 단기간 상승(채권값 하락)할 경우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을 수 있어서다.

증권사는 지난해 4분기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으로 3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입은 후 보유 중인 채권의 듀레이션(평균 잔존만기)을 최대한 짧게 구성해 평가손실을 줄이는 대신 만기 후 이자 수익을 노리는 방어 전략을 짜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채권금리 상승에 대비해 지난달 이후 보유 중인 채권 듀레이션을 6개월 안팎 수준으로 단기화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26개 증권사 듀레이션을 조사한 결과 평균 0.78년으로 조사됐는데 이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채권금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선반영, 지난달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던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 듀레이션이 당시보다 더 짧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처럼 듀레이션을 축소했다는 것은 증권사가 채권 투자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사는 시중에서 거래되는 만기가 다른 국고채나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데 해당 채권의 만기를 평균한 값이 듀레이션이다.

듀레이션이 중요한 것은 보유한 채권의 수익률과 직결되서다. 듀레이션이 길면 금리가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채권 평가손실이나 평가이익이 크게 변동한다. 이 때문에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듀레이션을 늘려 평가이익을 확대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금리가 상승할 경우 손실이 커지는 위험 부담도 안아야 한다.

지난해 4분기 증권사가 채권 손실을 크게 입었던 원인도 이처럼 예상치 못한 금리 상승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9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져 시중 금리가 빠르게 올랐다. 실제로 11월 말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한 달 전에 비해 0.5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53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채권 투자손실이 큰 폭으로 늘어나 전년대비 33.9% 감소한 2조1338억원을 기록했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금리 상승기에는 허를 찔린 것처럼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증권사들의 손실이 커졌다"며 "이번 미 금리 인상은 예견했던 일로 증권사마다 방망이를 짧게 쥐며 단타를 노리듯 듀레이션을 축소해 손실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격한 듀레이션 축소는 만기 보유에 따른 '캐리' 수익을 포기하는 셈이어서 전체적인 채권 투자 수익률을 떨어뜨릴 위험도 있다.

권혁상 NH투자증권 채권운용부장은 "금리 상승에 따른 손해는 보유한 채권을 중간에 팔지 않으면 회계 상에만 반영하는 평가손실일 뿐"이라며 "평가손실이 두려워 듀레이션을 지나치게 줄이면 금리 하락시 평가이익 감소와 고금리인 장기 채권을 보유한 뒤 만기시 높은 이자수익(캐리)을 거둘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부동산 대출자금인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압력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개발사업자나 분양자가 금리 상승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늘어나면 부동산시장 위축을 초래하고 결국 PF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증권사의 무등급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부동산 경기에 직격탄을 맞는다. 무등급 익스포저는 건설사 지급보증 없이 증권사가 개발사업의 최종 손실을 떠안는 구조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PF 무등급 익스포저는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신평 관계자는 "지난해 호황을 보였던 주택 분양시장이 올해 금리 상승 등으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증권사의 PF우발채무에 대한 위험관리 등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전병윤 기자 byjeon@mt.co.kr, 송정훈 기자 repo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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