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평창올림픽 후원 물품에 수십억 세금 내라니…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센티브를 줘도 후원을 할까 말까 고민할 판국에 후원금 내면서 세금까지 부담하라니 말이 됩니까.”

평창 동계올림픽에 스포츠용품을 후원하는 A사 고위 임원은 이렇게 분통을 터트렸다. A사는 최근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후원할 물품 생산 기일을 맞추려고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생산 라인을 중단하고, 후원용품 생산으로 돌렸다. 직원들 사이에선 “일반 제품 판매를 포기하면서까지 올림픽 후원에 나설 이유가 있느냐”는 불만도 쏟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A사는 후원 물품에 대한 수십억원의 부가가치 세금까지 정부에 별도로 내야 한다. 이 임원은 “최근 최순실 사태 등으로 평창올림픽의 홍보효과가 가뜩이나 떨어지는데, 기업 물품 후원에까지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면 누가 후원을 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후원하는데 세금까지 내라니”

내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조직위원회는 요즘 비상이다. 올림픽 개최 비용 2조8000억원 중 아직도 4000억원에 대해서 조달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또 운영 예산 중 40%(9400억원)를 기업 후원으로 조달할 계획인데, 이마저도 목표액의 89%밖에 채우지 못했다.

그런데 정부가 현물로 올림픽 후원에 나선 기업들에 후원 규모의 10%를 세금으로 추가 부담하도록 해 올림픽 후원 목표 채우기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일본이나 영국 등에서는 올림픽 후원을 할 때 정부에서 세금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

정부가 기업들의 현물 후원에 세금을 매기는 논리는 무엇일까. 기업은 조직위에 현물 후원(재화·서비스 제공)을 하는 대가로 스폰서로서의 권리(휘장·마스코트 사용 등)를 취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대가 거래로 보고 부가가치세(세율 10%)를 과세하고, 후원 기업이 직접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후원 기업들은 3700억원의 현물 후원뿐 아니라 370억원의 세금을 국세청에 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기업이 현물 후원을 할 경우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다. 이들 나라는 조직위가 각 기업에 제공하는 스폰서 권리에 대해서도 부가가치세 과세를 한다. 이 경우 후원 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세액과 매입세액이 똑같아지기 때문에, 부가가치세 부담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이 조직위에 제공하는 현물에만 부가세를 과세하고, 조직위원회가 기업에 제공하는 스폰서 권리에 대해서는 면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 주요 후원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홍보효과만 기대해 후원을 하는 게 아니라 국가 행사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강하다”면서 그런데도 세금을 내라는 것은 좀 심하다”고 말했다. 현물 후원은 제설 장비부터 선수촌 가구·의류·통신기기 등 대회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와 물품을 지원하는 것이다. 법률자문·회계 서비스도 여기에 들어간다. 이번 평창올림픽에도 국내 기업의 현물 후원은 3700억원 규모다.

◇일본·영국에서는 세금 부담 없어…관련 법 개정은 지지부진

올림픽 후원에 세금 부과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국회에 “평창 동계올림픽에 국한해 한시적으로 기업 후원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말자”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강원도와 조직위에서도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최근 국회에 “평창 동계올림픽의 붐 조성과 준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후원 참여가 저조하다”며 “현물을 후원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도록 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통과돼 더 많은 기업이 후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에게 “이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후원 참여 독려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원활한 대회 운영재정 확보에 긍정적인 기여가 예상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법안 처리는 일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상당수 기업들은 법안 처리 이후 현물 후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는 “올림픽 후원은 사회 기여가 주된 목적인데,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선의에 불이익을 주는 셈”이라며 “국가 중요 행사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준비를 위해 세부담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내년 2월 평창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올림픽 후원 기업들은 “현물 후원에 10% 부가가치 세금까지 부담하는 것은 너무하다”며 “세금을 없애달라”고 요청하고 있다./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신은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