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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 <60> 논리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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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일반 상식 문제를 하나 풀어 보자. 다음은 영화 제목이다. 두 묶음이다. 첫 번째 묶음은 클래스, 하얀 리본, 엉클 분미,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윈터 슬립이다. 두 번째는 슬럼독 밀리어네어, 프레셔서, 킹스 스피치, 노예 12년, 이미테이션 게임이다. 두 그룹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공통점은 모두 내로라하는 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화로 뽑혔다는 것이다. 차이점은 다른 영화제라는 것. 첫 묶음은 팔름도르(Palme d'Or) 수상작이다. 황금종려상이라고 불리는 칸 영화제 최고상이다. 후자는 토론토 국제영화 페스티벌에서 피플스 초이스 어워드(People's Choice Award)를 받았다. 두 가지는 언뜻 보기에도 차이가 있다. 첫 묶음은 왠지 생소하다. 두 번째 묶음은 제법 영화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낯설지 않다.

두 그룹 사이에 또 다른 차이는 없을까. 혹시 여기에 숨은 혁신 방식이 있을까.

로저 마틴 캐나다 토론토대 로트먼경영대학원 교수는 이것이 상식이 만드는 함정을 보여 준다고 한다. 상식 논리에 젖어들 때 전략은 영문도 모른 채 잘못된 길로 들어선다.

상식은 말한다. 세계적 영화제라면 무엇보다 권위가 중요하다.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붙는다. 첫째로 최고 감독과 배우가 참여해야 한다. 둘째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아야 한다. 셋째로 최고 작품이라면 당연히 최고 권위자가 뽑아야 한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운영을 맡은 피어스 핸들링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핸들링이 넘겨받은 1994년 즈음 이 영화제는 캐나다에서조차 최고가 아니었다. 상식은 성공 방정식이 '흥행=미디어 버즈(buzz)=권위'라고 말하고 있었다. 권위를 찾는다면 명성 있는 심사위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논리로 보였다. 일반 관객의 역할은 감상하는 것이다. 수상작 선정과는 무관한 존재여야 했다. 소수의 작품을 초청해서 최고 전문가가 뽑으면 된다. 논리적인 듯 보인다. 하지만 결국 논리 자체에 빠지고 만다.

핸들링은 마지막 등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떠들썩한 행사 뒤에 남은 결과는 별반 없었다. 흥행 결과는 떠들썩한 언론과 판이했다. 그 즈음 황금종려상을 받은 5편이 평균 수익 200억원을 올렸을 뿐이다. 정작 관객이 참여하면 어떨까. 새로운 공식에는 '공감대'란 변수가 들어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프레셔서 등 5편은 평균 수익 1200억원을 거둔다.

TIFF로도 불리는 토론토 영화제는 성공의 척도가 된다. 수상작은 대부분 상업적 성공을 거두고, 오스카상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 물론 영화제의 목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TIFF는 칸이 경험하지 못한 성공을 거둔다. 핸들링은 '배타하는(exclusive)' 대신 '포용하는(inclusive)' 방식으로 등식을 완성한다.

마틴 교수의 말처럼 상식 논리의 함정은 흔하다. 글로벌 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AT&T는 1999~2000년 TCI, 미디어원, 케이블비전을 인수한다. 인수 대금은 무려 1300억달러.

논리는 단순했다. 케이블 시장 점유율을 높이면 수익도 늘어나고 장거리전화 시장도 보호한다는 것. 전략은 타당해 보였다. 문제는 정작 '복합상품 효과'란 시너지가 별반 없었다는 점. 2년 후 440억달러를 받고 컴캐스트에 매각하는 것으로 끝난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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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교수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첫째는 상식 논리에 매몰되지 마라. 상반 논리는 없는지 생각해 보라. 가끔 멀지 않은 곳에 다른 실마리가 있다. 둘째는 상치된 논리가 있다면 그 속에서 길을 잃지 마라. 두 가지 방식의 통찰력을 통합해 보라.

우리 주변을 살펴보자. 종종 바른 선택이라 믿지만 성과는 크지 않다. 투자와 노력을 늘리지만 오히려 매몰된다. 토론토 국제영화제는 예상보다 많은 이야기를 던진다. 종종 상식 논리는 잘못된 전략으로 이끈다. 그 끝은 대개 평범함이 있다. 이런 경우 상식이 말하는 함정을 생각해 보자. 가끔 잘못된 논리에 빠진 자신을 발견할지 모른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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