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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세계 2번째로 공기 나쁜 서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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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1일 서울 중구 남산 필동에서 회현동으로 이어지는 남산 산책로에는 봄기운을 만끽하러 나선 노년의 산책객들 발길이 이른 아침부터 이어졌다. 그러나 대부분 시민은 미세먼지 차단 기능이 있는 '황사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모습이었다.

회현동에 산다는 주민 양 모씨(72)는 "올라온 지 30분쯤 됐는데 기분 탓인지 마스크를 꼈는데도 목이 칼칼하다. 눈도 살짝 따갑고 해서 일찍 내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남산 타워 인근 정상 어귀에서 바라본 한강 다리도 뿌옇고 흐려 보일까 말까 할 정도였다.

지난 주말 시작된 미세먼지 특보가 사흘째 계속된 21일 오전 서울의 공기 질이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대기오염 실태를 감시하는 다국적 커뮤니티 '에어비주얼(AirVisual)'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 기준 서울의 공기품질지수(AQI·Air Quality Index)는 179로, 인도 뉴델리(187)에 이어 세계 주요 도시 중 두 번째로 대기오염이 심했다. 대기오염이 심각하기로 유명한 중국 베이징(160)보다 공기 질이 더 나빴다. 에어비주얼의 AQI는 대기 중 초미세먼지(PM 2.5), 미세먼지(PM 10),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이산화황(SO₂), 검댕(black carbon) 등 오염물질의 양을 종합해 산출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대기오염이 심하다는 뜻이다.

전날 오후 한때 에어비주얼 기준 AQI 214를 기록하기도 했던 서울은 이날 오전 2시 기준 초미세먼지 농도가 166㎍/㎥까지 치솟아 올해 들어 최악의 대기 질 상태를 보였다. 미세먼지 농도는 151 이상이면 '매우 나쁨'으로 분류되며, AQI 수치가 200 이상이면 '심각한 오염'으로 분류돼 건강에 위험한 단계로 인식된다.

베이징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난 현상에 대해 박기홍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기류가 북서풍이었고 우리나라 공기가 정체돼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라며 "미세먼지 농도는 대기 순환 조건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미세먼지 발원지인 중국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 대기 확산이 원활하면 대기가 정체된 서울이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환경부는 비산먼지 등 국내 오염원 저감을 위해 공사장, 사업장 등 미세먼지 다량 배출 3대 핵심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도심, 학원가 경유차 매연 단속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21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을 통해 "지난해 11~12월 건설공사장 8759곳에 대한 비산먼지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 기준 등을 위반한 사업장 533곳(위반율 6.1%)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위반 사업장에 대해 개선명령 215곳, 경고 200곳 등 행정처분과 함께 고발 128건, 과태료 부과 203건(총 1억2900만원)의 법적 조치를 취했다. 특히 고발 조치돼 벌금형 이상 선고를 받게 되는 건설업체는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때 환경 분야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을 받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공사장 비산먼지 외에도 고황유 불법 연료 사용, 불법 소각 등 미세먼지 다량 배출 3대 핵심 현장 1만곳(건설공사장 9000곳·사업장 1000곳)을 특별점검할 계획이다. 또 4월까지 수도권 내 학원 밀집 지역 206곳을 대상으로 경유차 매연을 단속하고 도로 먼지 집중 청소도 실시한다. 환경부는 이와 별개로 21일 홍영표 의원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 발의에 따라 기존 초미세먼지(PM 2.5)를 미세먼지로 부르고 PM 10은 부유먼지로 용어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윤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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