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자 촛불집회 주최 측과 보수단체가 이번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주변에서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한쪽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고, 맞은편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양쪽에서 고성이 오가면서 말다툼을 벌이는 상황도 연출됐다.
21일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박 전 대통령의 소환 시각보다 1시간가량 전인 오전 8시 30분부터 서초동 검찰청사 인근 정곡빌딩 주변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퇴진행동은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서울 도심 촛불집회를 주최해온 단체다.
퇴진행동 회원을 포함한 100여 명의 시민은 "박근혜는 범죄자다"라는 구호를 연달아 외쳤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를 감옥으로'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오전 9시 22~23분께 박 전 대통령을 태운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서울중앙지검 서문에 도착하자 시민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일부 참가자들은 보란듯 '박근혜 구속'이라고 적힌 대형 플래카드를 치켜들었다.
퇴진행동이 집회를 벌이고 있는 장소에서 500m가량 떨어진 서울중앙지검 서문 인근에서도 친박단체들이 시위를 벌여 검찰청사 일대는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곳 인근에서는 박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탄핵을 찬성하는 노인 참가자가 설전을 벌이는 장면도 목격됐다.
박 전 대통령의 출석 시간이 다가오자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는 100여 명으로 늘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진과 응원 문구가 적힌 피켓과 함께 태극기를 든 참가자들은 '탄핵 무효'를 외치며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검찰청사로 향하자 일부 참가자들은 "안 돼"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쪽에서도 '대통령 복권 국민저항본부'와 '박근혜지킴이결사대'가 박 전 대통령의 무죄를 주장하는 집회를 오전 7시부터 이어갔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로 출발하기 1시간가량 전인 오전 8시 20분께는 자택 인근에 모인 집회 참가자들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2명이 구급차에 실려 이송되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자택 주변에 12개 중대 960명,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는 24개 중대 1920여 명 등 다수 경찰력을 배치해 집회를 관리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간 이후에도 인근에서 집회가 계속 이어졌지만 염려했던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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