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베저스 아마존CEO 한국산 로봇 조종사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소기업 '한국미래기술'이 만든 100억대 로봇 시연

매일경제

한국미래기술이 제작한 `메소드-2`에 탑승한 제프 베저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내 기분이 마치 시거니 위버 같지?"

아마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이자 민간 우주발사 업체 블루오리진의 창업자 제프 베저스가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로봇 팔을 조종하며 던진 말이다.

그가 탑승 로봇 '메소드-2(Method-2)'에 올라타서 떠올린 것은 1986년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SF 스릴러 영화 '에이리언'에 등장하는 한 장면이었다.

베저스는 메소드-2 조종석에 앉아 배우 시거니 위버가 휴머로이드 로봇을 타고 에일리언과 싸우는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상상한 듯했다.

그는 이 느낌을 "멋지다(Nice). 한국미래기술(Hankook Mirae Technology) 덕분에 엄청나고 거대한 로봇의 조종사가 됐다"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고, 이 글은 수천 명이 리트윗하며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이 장면은 19일(현지시간) 베저스가 마련한 '마스(MARS) 콘퍼런스 2017'에서 벌어진 일이다. 마스(MARS)는 머신러닝(M), 자동화(A), 로보틱스(R), 스페이스 탐험(S)의 앞자를 따 만들어진 행사로 베저스가 소수의 전문가를 초대해 로봇과 드론 등 첨단 기술을 공유하며 즐기는 비공개 이벤트다. 한국인 가운데는 데니스 홍 UCLA 교수가 참여했다.

베저스가 시연한 '메소드-2'는 한국의 중소기업 한국미래기술이 만든 무게 1.6t, 높이 4m에 달하는 탑승형 2족보행 로봇으로 가격은 대당 830만달러(약 100억원)에 달한다. 겉모습만 보면 SF 영화에 나오는 로봇에 탑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전자가 조종석에 올라 팔을 움직이면 되는데, 이날 시연에서도 베저스가 왼팔을 들면 로봇도 왼팔을, 오른팔을 들면 오른팔을 들어올리는 시연을 했다. 안정성을 고려해 어깨 양옆에 끈을 달아 고정시켰으며 발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처럼 로봇이 영화에 실제 나오는 기계처럼 만들어진 이유는 디자이너가 '트랜스포머4' '공각기동대' 등 SF 영화에 등장하는 로봇을 디자인한 비탈리 불가로프이기 때문이다. 그는 메소드-1부터 한국미래기술과 공동 개발을 하고 있다.

한국미래기술은 국내에서는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로봇 제작사였으나 지난해 12월 메소드-2의 구동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면서 인지도가 치솟았다.

한국미래기술은 메소드2 연구개발에 총 1000억원 정도 투자했다.

양진호 회장은 매일경제와 대화하면서 "이번에 보여준 메소드2는 바로 폐기할 예정이다. 이미 버전 3를 만들고 있다. 연내 메소드3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메소드2도 안전을 최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뛰는 장면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모터, 유합, 감속기 등 부품 전체를 다 자체 개발했기 때문에 빨리 걷는 수준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형 로봇을 개발하게 된 계기로 "그냥 로봇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대답한 양 회장은 메소드3 이후 양산 모델을 만들 계획임을 밝혔다.

양 회장은 "중국, 미국의 놀이공원 등에서 주문생산 요청을 받았지만 다 거절했다. 아직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판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전이 보장된 로봇을 개발한 후 비즈니스 계획을 실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