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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EU-터키 난민협정, 1년 만에 파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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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해 3월 그리스에 입국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강제 송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유럽연합(EU)·터키 간 난민협정이 20일(현지시간)로 1주년을 맞았지만 붕괴 위기에 놓였다. 터키의 인권 탄압에 대한 EU의 비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재 연장을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국가 내 터키 유권자들에 대한 집회 불허 등으로 EU와 터키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터키 국경이 봉쇄되자 난민들이 이탈리아로 우회하는 새로운 루트로 유입돼 난민협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이날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15일 현재 유럽에 도착한 난민 수는 2만여 명에 불과했다. 2015년 104만6600여 명, 2016년 38만7700여 명에 이어 유럽에 유입되는 난민 수는 급감하는 추세다.

이처럼 유럽에 유입되는 난민이 줄어드는 데는 유럽과 터키 간 난민협정이 주효했다. EU와 터키는 지난해 3월 18일 그리스에 도착한 불법 난민을 터키로 송환하는 대신 EU가 터키에 경제적인 지원을 늘리고, 터키 국민의 EU 무비자 여행을 보장하는 한편 교착에 빠진 터키의 EU 가입 협상에 속도를 내는 것을 골자로 한 협정을 맺었다. 이 협정은 이틀 뒤인 20일 발효돼 터키를 거쳐 그리스로 들어오는 시리아, 이라크 등 중동 난민 수를 크게 줄이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와 독일 등이 자국 내 터키의 정치 집회를 불허한 것을 계기로 터키와 EU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며 터키 정부가 난민송환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터키가 국경을 열 경우 유럽으로 쇄도하는 난민의 물결을 막을 수 없다는 점에서 EU로서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난민협정 파기를 암시하는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파시즘의 정신이 유럽의 길거리를 강타하고 있다"며 "유럽은 자신들의 두려움에 잠식돼 있다. 반(反)터키, 반이슬람이 확산됐으며 그곳에 정착한 이민자까지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우리는 비자 면제가 충족되지 않는 만큼 협정을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국경 단속을 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터키는 EU 가입에 목을 매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언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신(新)밀월관계 형성으로 경제성장이 완만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EU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난민협정으로 그리스와 발칸반도에서 발이 묶인 난민들의 인도적 위기가 심해지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터키 국경이 막히자 이탈리아로 난민이 몰리는 '풍선효과'도 난민협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터키~그리스를 잇는 지중해 동부의 에게해 루트가 EU·터키 난민협정 이후 막히자 리비아~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지중해 중앙 루트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가 졸지에 유럽행 난민의 최대 관문이 됐다. 올해 3월 15일 현재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2만여 명으로 유럽에 유입된 난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50%가량 증가한 것이다.

[장원주 기자 / 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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