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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경영권 분쟁…64년 대한방직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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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설립돼 한때 국내 방직산업을 이끌었던 대한방직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에 휩싸였다. 소액주주들이 설범 회장(59)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일선 경영에서 물러나고 새 이사 6명을 선임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 사측이 이에 대해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입장이어서 극적 타협이 없는 한 24일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잖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방직 소액주주 38명은 지난 13일 설 회장을 업무상 횡령과 차명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 의무 위반 등으로 경찰에 고소했다. 앞서 설 회장은 2005년 대구 월배공장을 A사에 861억원에 매각하면서 이와 별도로 개인 리베이트로 39억원을 지급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고 이 중 15억원만 받은 상태에서 2009년 검찰에 기소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에 15억원 추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설 회장이 회사에 15억원을 납부하지 않은 사실을 최근 소액주주들이 밝혀내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강기혁 대한방직 소액주주 대표는 "회사 회계장부를 확인해 보니 리베이트 금액 15억원이 회사로 입금되지 않아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이 항의하자 설 회장은 지난 13일 회사에 뒤늦게 15억원을 입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들은 설 회장의 차명계좌 소유도 문제 삼고 있다. 설 회장은 임직원 차명으로 대한방직 주식 5만1771주(지분율 4.88%)를 보유한 사실이 국세청 조사 결과 드러나 지난해 8월 이를 밝히고 정정 공시했다. 설 회장이 '지분 3%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감사선임 의결권 제한' 조항을 알면서도 불법적으로 감사선임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강 대표는 "설 회장이 사적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어 더 이상 경영권을 맡길 수 없다"며 "24일 열릴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이사 6명 선임과 설 회장 퇴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 측 주장에 대해 사측은 요구 사항을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방직 관계자는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은 언제든지 협의할 것"이라며 "소액주주들의 이사선임 요구는 주총에서 표결에 부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찬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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