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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웹툰이 된 불교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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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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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가톨릭 종교화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겨 보는데, 우리나라 불교화는 전문가도 어렵다고 느낍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장훈 호림박물관 학예사의 말이다. 불교미술은 종교미술 특유의 알레고리로 인해 불교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선행돼야 비로소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수많은 도상으로 가득 차 있는 불화는 그냥 봐서는 원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서 웹툰 '신과 함께'로 만나는 지옥의 왕들 전(展)이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시왕도(十王圖)를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 함께'와 컬래버레이션 형식으로 풀어냈다.

호림박물관 지하 1층에 가면 관람객들은 만화 속에서 보던 화려한 붉은 대문으로 들어서게 된다. 전시는 만화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10개의 지옥을 탐험하도록 꾸며졌다. "발설지옥, 비밀을 발설한 죄를 다스리나보군요." 김자홍의 질문에 변호사(저승사자)는 "아니오. 발(拔). 설(舌). 혀를 뽑는다는 뜻입니다"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만화 컷 바로 옆에는 혀를 뽑아 그 위에 농사를 짓는 지옥 풍경이 특유의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불화가 걸려 있다. 전시 설명도 딱딱한 사각형 대신 만화의 말풍선에 담아 눈길을 끈다.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는 네이버의 대표 인기 웹툰이다. 특별히 남에게 나쁜 짓을 하지도 않았지만 딱히 착한 일도 하지 않은 평범한 남자 김자홍이 저승에서 진기한이라는 변호사와 함께 49일 동안 일곱 번의 재판을 거치는 과정을 그린다. 그가 만나는 지옥의 재판관들이 바로 조선 후기 성행한 '시왕도'에 나오는 10명의 왕이다.

주호민 작가가 참고한 시왕도는 통도사(通度寺)의 것으로 호림박물관이 소장한 '시왕도'와 도상은 비슷하나 순서가 달라 편집을 거쳤다. 이장훈 학예사는 "고미술을 전시하는 장소에 웹툰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런 파격은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박물관의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호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시왕도는 10명의 왕을 각기 1폭씩 나누어 그린 1폭 1양식으로 1764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10폭의 시왕도 모두 전해지는 경우는 드물다. 또 대다수가 19세기 이후 제작됐기 때문에 18세기에 제작된 호림박물관의 시왕도는 조선후기 불교회화의 양상을 살펴보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9월 20일까지 호림박물관 신사분관.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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