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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한 車 앞도 못보던 세상…시스루 시스템으로 눈 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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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 IT융합빌딩 앞 도로. 권인소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와 학생 3명이 정차해 있는 차량 두 대에 카메라를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KAIST가 개발한 '시스루(See through) 차량 영상 통합시스템' 시연 준비 현장이다.

교수와 학생들은 카메라에서 이어진 선을 차량 내부 컴퓨터와 와이파이(WiFi) 장치 등에 연결했다. 뒤 차량에는 별도 디스플레이장치를 설치하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전자신문

시스루시스템을 시연하기 위해 지붕에 카메라를 설치한 차량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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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뒤 차량에 탑승했다. 조수석에 앉은 학생이 시스루 시스템을 기동하자 디스플레이에 마술과 같은 장면이 나타났다. 5m 전방에 덩치 큰 SUV 차량이 시야를 가리고 있는데 디스플레이에는 마치 앞에 차량이 없는 것처럼 전방 풍경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처음부터 앞에 차량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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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시스루 차량 영상통합시스템' 시연 장면. 앞 차량에 가려진 도로 상황이 뒤 차량의 디스플레이 화면에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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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는 기자에게 동승한 하효원 박사과정이 “카메라 영상을 합성한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차량 두 대에 설치한 카메라 영상을 조합, 앞 차량에 가려진 부분을 없애고 대신 앞 차량이 촬영한 영상을 더해 만든 영상이라는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지는 실제 도로 모습과 영상 속 화면은 동일했다. 화면에서는 앞 차량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조합 영상 하단부에 자그마한 직사각형 '인터페이스 바'에만 앞에 차량이 있다는 사실을 표시하고 있었다.

차량이 출발하자 디스플레이 영상도 곧바로 반응했다. 앞 유리를 통해 본 실제 도로 모습, 영상 속 화면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영상 시간차가 0.1초에 불과하다고 했다. 앞 차량의 촬영 영상이 전송되는데 0.4밀리세컨드(㎳), 탑승 차량의 영상과 조합 연산하는데 0.6㎳가 소요된다.

덕분에 뒤 차량 운전자도 차량 너머 도로 환경에 손쉽게 대응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게 된다. 운전자는 디스플레이 화면으로 앞 차량에 가려진 전방 과속방지턱을 미리 보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렸다.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에도 안정적으로 대처했다. 심지어 앞 차량보다 먼저 보행자를 보고 속도를 줄이기도 했다. 기자가 탄 차량이 감속한 뒤에야 앞 차량 브레이크 등에 불이 들어왔다. 디스플레이에는 차량 너머 길을 건너는 보행자가 보였다.

통신 시연이 이어졌다. 차량이 멀리 떨어져도 통신이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다. 앞 차량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상 속 도로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일부 픽셀이 깨져 보이기는 했지만 차량 간 거리가 100m로 벌어진 뒤에도 영상은 안정돼 보였다.

권인소 교수는 “차량 거리가 멀어지면 정보 송·수신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차량에 가려지는 사각도 줄어들어 주고 받을 데이터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더 많은 차량이 시스루 시스템으로 시야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시스루 시스템 기술은 커넥티드카 상용화를 앞당기고, 자율주행차의 안전성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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