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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브뤼셀 테러 1년…'이슬람혐오', 유럽 심장부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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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테러공포 속 무슬림 차별 심화

지난해 이슬람혐오 사건 120건 발생

뉴스1

지난해 3월22일 연쇄테러가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에서 경찰이 순찰을 돌고 있다. (자료사진)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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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모로코 출신의 벨기에 10대 소년 아흐메드는 지난해 9월 새로운 학교에서 첫 학기를 열던 개학식 당일 선생님에게서 받은 적대적인 환영 인사를 떠올릴 때면 아직도 가슴이 철렁 가라앉는다.

겨우 16살에 불과한 아흐메드에게 선생님은 "만약 폭탄을 설치할 계획이라면 나한테 경고해라. 나에게는 딸이 있고, 딸에게는 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동급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뤄진 차별 발언이었다.

아흐메드는 "깊은 상처가 나를 흔들었지만, 나는 상처를 겉으로 내비치지 않으려 모두와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며 "모든 것은 다 내 출신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AFP통신은 21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을 강타한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으며 무슬림들은 물리적·언어적 폭력 앞에 내던져져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3월22일 '유럽의 심장' 벨기에 브뤼셀의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3차례에 걸쳐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2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다.

'테러 최전선'이란 오명을 뒤집어쓴 벨기에는 브뤼셀 테러 당시 최고 단계엔 4단계 적색 경보를 발령했고, 이후 지금까지 그보다 한 단계 낮은 3단계 '주황색 경보'를 유지하며 강력한 테러 경비태세를 이어 왔다.

특히 벨기에는 브뤼셀 외곽 몰렌베이크의 급진화를 막기 위해 보안병력을 확대하고, 테러의 자금 원천을 차단하기 위해 마약 밀매 단속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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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 한편에 테러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와 함께 추모화환이 놓여 있다.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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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의 반작용, 공포의 일상화는 이슬람 혐오(Islamophobic) 사건 증가로 이어졌다. 테러범이 무슬림 출신의 청년들이었다는 점은 편견을 부추겼다. 브뤼셀 테러 발생 한 달 만에 36건의 이슬람 혐오 사건이 발생했으며, 지난 한 해 유사한 사건은 총 120건이나 연이었다.

벨기에 이슬람혐오 반대단체(CCIB)의 하집 엘 하자지는 1년이 지난 지금 이슬람 혐오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공공단체 우니아(Unia)의 파트리크 샤를리에 국장은 지난해 인종·종교에 근거해 발생한 사건이 14%, 91%씩 증가했으며 "일터가 사회적 양극화로부터 보호막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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