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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가 협동조합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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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호평받는 연극 계속할 방법 찾자”

배우·스태프·홍보·배급사 의기투합

한 작품 매개로 조합설립 첫 사례

1인1표제, 5개 계좌 이상 출자제한

민주적인 운영방식 정관에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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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출연 배우들이 모였다.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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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연극계가 연출이나 작가 중심의 극단으로 운영되잖아요. 공동창작 성격이 강하더라도 연극이 끝나면 저작권은 대표한테 넘어가고. 한 작품만을 위한 협동조합을 설립한 것은 배우, 스태프를 포함한 모든 참여자가 콘텐츠의 주인으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받고, 주인의식을 가지고 작품 질을 높이는 데 있습니다.”

지난달 설립한 ‘망원동 브라더스 협동조합’(황근생 조합장) 탄생에 힘을 보탠 김민섭 세실극장 대표의 말이다.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단 한 작품을 매개로 배우, 원작자, 연출가, 무대·음향디자이너, 기획·홍보팀, 배급사 대표 등 30여 명이 뜻을 모았다.

지금까지 연극(인) 협동조합은 세 가지 형태였다. ‘극장나무협동조합’처럼 작은 극단이 모여 극장 하나를 공유하는 유형, ‘연극인부모협동조합’처럼 공동육아·교육을 지향하는 유형, 그리고 극단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여러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이번에 ‘한 작품을 매개로 한 협동조합’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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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을 탄생시킨 연극 <망원동 브라더스> 출연 배우들.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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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합 정관을 보면, <망원동 브라더스>만을 위한 협동조합이란 성격을 명시했다. 출자액에 상관없이 ‘1인 1표’라는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도 못 박았다. 이사진이 배우 3명, 기획 2명으로 배우 중심 운영을 분명히 한 것. 조합원은 1계좌당 10만원을 출자하되, 다섯 계좌 이상은 금지했다. 출자액이 많은 쪽이 의사결정을 독점하거나 기획·마케팅 쪽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모자라는 제작비는 임시변통을 꾸었고, 입장료 수입으로 달마다 갚기로 했다. 그리고 수익이 발생하면 사들인 계좌에 따라 조합원에게 분배하고, 적자가 나면 계좌를 더 사들여 공연을 계속하기로 했다. 참여하는 모든 조합원이 함께 모여 연습하고,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회의한다. 재정 투명성과 의사결정의 민주성이 손을 맞잡은 극단 아니 조합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2014년 8월부터 해마다 여름에 공연해왔다. “대학로에 로맨틱 코미디만 넘치는데, 이 감동적인 공연을 더 오랫동안 할 수 없을까?” “<망원동 브라더스>는 호평을 받았지만, 공연을 계속하다간 적자만 쌓일 것 같으니 어쩌면 좋을까?” 그런 생각에 골몰하던 참에 “배우, 연출, 디자이너들이 함께 십시일반으로 출자해 협동조합 형태를 설립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나왔다. 일단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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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망원동 브라더스>의 한 장면.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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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우, 연출, 스태프만으론 뭔가 부족할 것 같았다. 지역 문예회관에 공연을 공급하는 회사, 홍보대행사, 광고대행 대표 등에게도 참여를 권유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콘텐츠를 매개로 공연 제작·홍보·배급까지 한꺼번에 담당하는 ‘완전체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협동조합 설립 뒤 <망원동 브라더스>는 이달 초부터 서울 대학로에서 오픈런으로 공연하고 있다. 오픈런은 끝나는 날을 정하지 않고 계속하는 공연이다. 7명씩 3개 팀의 배우가 돌아간다. 배우는 극단이 아니면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합설립 뒤에는 공연을 끝내고 다른 작품을 하다가도 다시 이 작품으로 돌아올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는 ‘집’이다. 이런 주인의식과 소속감이 이 조합의 가장 큰 자산이다.

<망원동 브라더스>는 상처받은 이들, 연체된 인생들이 모여 사는 8평 옥탑방에서 ‘처절하게 유쾌한’ 시간을 보낸다. ‘포 트러블 브라더스’의 좌절과 재기, 추억, 사랑과 우정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김호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서울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 (02)3454-1401.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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