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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선무당이 사람 잡네'…초짜 외환딜러發 플래시 크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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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 "미숙한 주니어급 딜러들로 인해 소동 확전"

뉴스1

© AFP=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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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최근 월가 외환 베테랑들 사이에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외환 트레이더들이 넘쳐 나면서 시장에 순간적 대폭락을 유발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는 얘기다. 선배들이 으레 후배들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수준을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21일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를 인용하며 '루키 외환 트레이더들이 중요한 시점에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IS는 지난주 외환시장의 유동성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외환시장에서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대폭락)는 부분적으로 초짜 외환딜러들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환 거래규모가 줄었고 전자규모가 커진 탓도 있지만 신입 딜러들의 미숙함도 일부 기여했다는 것이다.

BIS는 지난 10월 7일 아시아 거래시간대 단 몇 분 사이에 9% 폭락한 사례를 언급하며 특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BIS는 '경험이 부족한' 트레이더들이 순간 어떤 알고리즘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며 이들로 인해 일련의 소동이 '확전됐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다수의 외환 베테랑들이 BIS의 지적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로이즈뱅킹그룹, 스탠다드차타드를 포함한 글로벌 은행에서 25년간 트레이딩 경험이 있는 케이스 언더우드는 "시니어급 인력이 부족하면 지식도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현재 외환컨설팅업체를 운영하는 언더우드는 그가 트레이더로 활동하던 과거 주니어급 트레이더들에게 밤사이 다른 지역의 포지션을 맡기는 것을 꺼려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주문을 조정하고 수면(sleeping) 시간대도 바꿨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저임금에 젊은 직원들이 트레이딩 데스크를 지키는 비중이 늘었다. 금융권의 인력 축소, 전자거래 증가, 비용 축소로 인해 월가의 수준이 하향평균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12대 글로벌 은행들은 지난 4년 동안 주요 10개국(G10) 외환 시장에서 데스크급 직원을 25% 줄였다.

인력감축은 자동화와 함께 이뤄졌다. 현재 10년 이상 경력의 외환 디렉터 한 명당 주니어급 직원은 최대 7명까지 두고 있다. 5년 전 그 비중이 디렉터 한 명당 주니어 4~5명 수준이었다. 결과적으로 외환 트레이딩에서 주니어는 늘고 시니어는 줄었다.

블랙록에서 총괄디렉터로 일했던 마이클 멜빈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교수는 광적인 일들을 목격했던 구관들이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한 인력업체에 따르면 은행들의 외환데스크 구인 75%가 3~5년 경력직으로 대부분 연봉 15만달러 어시스턴트급이다.

갑자기 시장 위기에 노출되면 다수의 젊은 트레이더들은 공황에 사로잡혀 갑자기 '세상이 끝난다'고 생각한다고 멜빈 교수는 지적했다. 주니어들은 일상 업무에서 큰 이슈를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극단적 이벤트가 일어나면 경험이 많은 노련한 인력이 주변에 있는 것이 진짜 도움이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kirimi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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