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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보이스피싱 당해…계좌 정지를” 허위신고 후 계좌 주인 돈 뜯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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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구제 제도 악용 사례 빈번”…모니터링 강화하기로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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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씨는 도박 사이트에 공개된 운영자 계좌번호를 보고 12명에게 각각 5만원씩 입금하고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은행 등 금융회사에 해당 계좌를 지급정지해 달라고 ‘허위신고’를 했다. ㄱ씨는 해당 계좌 주인인 운영자들에게 연락, 지급정지 취소를 시켜주는 대가로 합의금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계좌 주인들은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당장 계좌가 정지되면 사이트 운영을 못하기 때문에 ㄱ씨에게 합의금으로 약 1000만원을 뜯겼다. ㄱ씨는 현재 구속돼 있다.

금융감독원은 ㄱ씨와 같이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제도를 악용해 허위신고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엄정 대응하겠다고 21일 밝혔다.

이 보이스피싱 피해 허위신고는 은행에 전화만 걸어 특정 계좌번호의 지급정지를 요청하면 바로 해당 계좌 거래가 중단된다는 사실을 악용해서 꾸민 일이다. 계좌 주인들은 당장 영업상 피해가 우려되고, 피해구제 신청서가 은행에 제출되면 ‘사기 이용 계좌’로 분류돼 1년간 새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합의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감원 집계를 보면 2014~2016년 보이스피싱 피해를 이유로 20번 이상 전화로 지급정지를 신청한 허위신고 의심자는 70명으로 총 6922개의 계좌가 있다. 100회 이상 지급정지를 신청한 이도 3명이다. 이들 3명이 지급정지를 신청한 계좌 수는 941개로 한 명당 평균 310여회의 지급정지를 신청한 셈이다.

지급정지를 신청한 계좌 중 실제 피해구제 절차에 들어간 계좌는 10.4%인 722개뿐이다. 나머지는 합의금을 받고 지급정지를 취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금감원은 722개도 소액을 입금하고선 합의금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반복적으로 지급정지를 신청하는 이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구제 신청서 접수 시 피해내역과 신청사유 등을 면밀히 검토하도록 금융회사를 지도하기로 했다. 허위신고자를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로 등록해 향후 금융거래 이용 시 불이익을 받게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금융질서 문란행위자는 최장 12년 동안 신규 대출 거절, 신용카드 한도 축소·정지, 신규 계좌 개설 거절 같은 불이익을 받는다. 허위신고자는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사기나 공갈로 드러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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