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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서울시의 ‘한양도성’ 세계유산 후보경쟁에서 탈락…신청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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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화재청, 올해 세계유산 등재 철회 발표

자문심사기구 이코모스 사전심사에서 ‘등재불가’ 권고

다른 도시성벽과 구분되는 탁월한 가치 충족 못해

서울시, 2020년 재등재 방침 밝혀 보완책 주목



한겨레

한양도성 백악산 구간의 성곽 모습.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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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올해 확정하려던 ‘한양도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계획을 거둬들였다.

문화재청은 “최근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하 이코모스)의 사전심사결과 ‘등재불가’(Not to inscribe)를 통보받았으며, 관련 기관 협의 끝에 등재 신청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발표했다. 문화재청 쪽은 “오는 7월 폴란드에서 열리는 41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를 확정지을 계획이었지만, 사전심사 결과 올해 등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등재신청서를 지난해 1월 유네스코 쪽에 제출한 뒤 지난해 9월 이코모스 전문가들의 한양도성 현장 실사를 받은 바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코모스 쪽은 실사 내용을 검토한 결과, 한양도성이 진정성과 보존관리계획 등은 충분한 요건을 갖췄으나, 다른 도시성벽과 비교할 때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600여년간 유지됐지만, 행정적으로 관리돼 오늘날까지 이어진 전통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세계유산 등재는 관광시장 창출 등의 이권과 맞물려 나라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경쟁이 과열되자 지난해부터 연례 심사건수를 45건에서 35건으로, 나라별 신청건수는 매년 2건에서 1건으로 축소했다. 최종 등재심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기구인 이코모스도 패널심사를 강화하는 등 갈수록 등재 과정이 엄격해지고 있다.

문화재계에선 이코모스의 심사결과를 놓고 뜻밖이란 반응이 나온다. 한양도성이 1396년 내사산(백악산, 남산, 낙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축성된 이래 꾸준히 유지보수되며 600여년간 자리를 지켜왔고, 자연 지세와 어우러져 서울의 주요 역사경관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등재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서울시 쪽은 “2020년 재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등재신청 철회로 잠정목록 신청 등의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등재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박원순 시장이 어떤 보완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한국은 지난해에도 국내 9개 서원을 묶은 ‘한국의 서원'이 이코모스 심사에서 ‘반려' 판정돼 등재신청을 접은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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