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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불황에도 히트치는 법, 日역발상 기업 삼총사에게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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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조선일보

백인수 전자랜드 미래전략실 상무


장기 불황 때라고 모든 회사가 다 기울진 않았다. 남들이 도산할 때, 큰돈 번 스타 기업도 여럿 나왔다. 패션 회사 유니클로, 가구 회사 니토리, 패션 유통 회사 조조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일본 사회의 '비주류'로 출발해 자기 힘으로 미국 포브스지가 꼽은 '일본 부자 20위'에 들어갔다. 유니클로를 세운 야나이 다다시(柳井正·68)와 니토리 창업자 니토리 아키오(似鳥昭雄·73)는 지방 도시에서 나고 자랐고, 그곳에서 사업의 첫 삽을 떴다. 지금도 본사가 둘 다 지방에 있다. 조조타운을 만든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42) 역시 밴드 한다며 실업고도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 스무 살 때 장사를 시작했다.

고도성장기에는 좋은 대학 나와서 큰 회사 들어간 주류 엘리트가 잘 나가지만 불황 때는 '마이너리티의 창의성'이 중요하다. 열정적인 비주류가 살아보겠다고 이를 악물 때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히트작이 나온다.

유니클로는 일본 사회가 장기 불황에 진입할 때 캐주얼웨어로 히트를 쳤다. 니토리는 일본 부동산 시장이 죽 쑬 때 백화점 대신 쇼핑몰에 매장을 내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가구를 선보여 소비자를 빨아들였다. 라쿠텐이나 아마존 같은 대형 업체가 상품 종류나 가격을 내세울 때, 조조타운은 '취향 저격'으로 승부했다. 블라우스 사러 간 사람이 블라우스만 달랑 보고 나오지 않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가 블라우스를 클릭하면, 취향이 비슷한 블라우스나 거기 어울리는 스커트와 엑세서리가 주르륵 뜨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지금까지 한국은 시장 자체가 커지니까 대강 만들어도 쉽게 팔렸다. 앞으론 일본의 비주류 갑부 3인방처럼 소비자 심리를 읽고 '없던 시장'도 새로 만들어내는 사업가가 나와야 한다.

끝으로 남이 안 하는 일 하는 것만 창의성이 아니라 자기가 하는 일을 최고로 잘하는 것도 창의성이다. 얼마 전 일본 가나자와(金沢)시에 갔다가 어묵이 너무 맛있기에 주인한테 "한국에 분점 내자"고 했다가 거절당했다. "지금 가게로 족하다"고 고개 숙이는 주인 뒤에서 그 집 아들이 묵묵히 어묵을 만들었다. 이런 집이 한 골목에 세 개만 있어도 동네 전체가 '어묵 명소'로 뜬다.

[백인수 전자랜드 미래전략실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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