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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불확실성 시대 속 한국의 투자자… '투자 조언'과 '구매 권유' 구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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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에게 들어보는 국내외 주식 시장 전망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시장의 경쟁과 국내 정치·사회계의 혼란 등으로 한국의 투자자들은 자욱한 안개 속에서 투자의 향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세대에 비해 향후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가능성이 적은 50대와 60·70대에게는 더욱 현명한 투자 방법이 절실하다. 자산관리사인 김경준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도곡금융센터 과장에게 불확실성의 시대를 사는 한국의 투자자가 참고할 만한 국내외 주식 전망과 투자 포인트를 들어봤다.

조선일보

김경준 메리츠종합금융증권 도곡금융센터 과장.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서 정치·사회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향후 증시에 미칠 영향은?

"탄핵 인용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발판이 될 것이다. 더불어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심리는 다소 개선될 전망이지만 조기 대선 및 경기부양책, 추가경정예산 등이 가시화될 때까지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은 복지와 세제 개편, 경제민주화 등 성장보다 개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친중 성향이 우세한 야권 신정권 출범 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화장품·음식료·유통·미디어 등 중국 관련 소비주가 낙폭을 만회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소비주 비중을 축소하기를 권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 제재가 약해지기보다 점점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증시 영향은?

"중국은 한국 전체 수출에서 25%의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 상대국 1위다. 하지만 대중국 수출을 살펴보면 최근 급성장한 화장품을 제외하고는 자본재나 원자재 비중이 크다. 중국 내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지만, 한국 수출에서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수출과 GDP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중국에 소비재 수출 관련 투자 시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내 관광업의 타격이 크다. 사드가 외교적 문제로 확대되기 전에 한국 내 외국인 관광객의 약 46%가 중국인이었다. 차기 정부가 내수 부양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아 중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내수 부진을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중국의 주식 투자 자금은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난해 7월 이후 올해 2월까지 9000억원가량이 순유출되었다. 단, 전체 외국인 주식 투자 자금 비중에서 중국의 주식 투자 자금은 1.8%에 불과해 우려에 비해 실제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앞으로 한국 증시의 향방은?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그간 증시 성장에 걸림돌이 되었으나 이 또한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개선세로 수출액과 물량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형주, 경기민감, 수출주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다. 게다가 탄핵 이후 경제민주화 움직임이 확대된다면 주요 그룹들의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이 강화되어, 지속적인 대형주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다. 중소형주의 경우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따라 4차 산업혁명, 규제 완화 등과 관련해 기대감이 확산되겠지만 실제 공약이 구체화되어 이행되는 내년 이후를 노려보는 것이 좋다. 한편, 미국 금리 인상 후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지, 외국인 자본이 이탈하는지 잘 살펴 봐야 한다."

―초불확실성 시대, 투자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인간의 수명이 지금처럼 길었던 적이 없다. 부의 양극화와 불확실성이 이토록 큰 적도 없었다.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는 격변하고 있다. 문제에 빠르게 대응하는 민첩성이 중요하다. 경제 중심지가 중국 등 신흥국과 신흥국 도시로 이동할 것이고 2025년 미국, 유럽보다 더 많은 대기업의 본사가 중국에 들어설 것이다. 25억 명의 아시아인이 도시에 거주하는데, 이는 전 세계 도시 거주자의 2명 가운데 1명이 아시아인이라는 뜻이다. 전 세계 중산층 인구는 2012년 20억 명에서 2030년 50억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신흥시장의 한 해 소비액도 12조 달러에서 2025년 30조 달러로 급증할 것이다. 20년 동안 세계 30억 명의 인구가 새로운 소비층이 된다. 급격한 변화는 기회를 창출한다. 향후 미국과 중국의 군사·경제의 패권 전쟁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특정국이 패권을 장악하지 않고 여러 나라가 비교적 동등한 지위를 누리며 모두가 더 살기 좋게 바뀔지는 지켜봐야 한다. 이런 초불확실성 시대에서는 '정답'과 '옳은 것'을 찾지 말고 실수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투자할 때 실수로부터 교훈 얻기를 두려워하면 돈을 벌 수 없다. 실수를 통해 투자 방향을 민첩하게 수정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의 양극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은 세계에서도 그 유례를 찾기 힘든 고도 성장을 이루어낸 나라다. 한때 집을 사기만 하면 집값이 오르고 주식에 투자만 하면 주가가 올라서 부자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장이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을 의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대다수의 사람이 일한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여기고, 평생을 바쳐도 생계유지 외에 자기 꿈을 실현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그래서인지 부가 점점 더 개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어 가고 있다.

더불어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정보를 가치 있는 지식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투자도 개인의 부도 마찬가지다. 연령대별로 자산을 축적해 나갈 길을 열어주는 실질적인 금융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광범위한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부유한 계층에 국한된 생산성 향상은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 확실한 지원과 결과에 책임지는 자세, 공공분야와 서비스 분야의 규제 완화는 물론이고 국민과의 효과적인 의사소통까지 이젠 정부도 기업과 같이 효율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안목과 통찰로 국민이 발전하고, 성과를 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나는 역경 속에서 발현되는 회복력을 믿는다."

―투자 원칙은 무엇인가? 투자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어떤 종교를 믿는지 여부보다 그 믿음을 어떻게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듯, 투자 원칙도 그 자체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무엇보다 돈의 흐름을 중시하되, 돈 자체보다는 흐름의 맥을 읽으려 애쓴다. 기업 역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가를 중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5년 전, 10년 전 실패했던 방식으로 여전히 투자를 하고 있다.

구호에 그치는 분산투자, 분할매매, 자산 배분만으론 지금의 투자 변화 속도를 따라 잡지 못한다. 무엇보다 나는 투자로 인해 꾸준히 현금이 창출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꾸준한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것에 고객들은 가장 큰 만족을 느꼈다."

―올바른 자산 관리자의 덕목은? 스타 자산관리사가 된 비결은?

"고객만 생각한다. 정말 고객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면, 분명 신뢰는 자연히 따라온다. '무엇에 투자해야 한다'가 아니라 '누구를 위하는가'가 전제 되어야 한다. 당연히 고객을 위해야 한다. 고객이 떠안고 있는 문제와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함께 헤쳐 나간다. 마케팅과 상품에 머물러 있으면 고객 삶의 목적과 철학에 다가갈 수 없다. 고객은 저마다의 사연과 더 나은 삶을 향해 가려는 열망과 꿈이 있다.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라며 모든 판단에 있어서 먼저 자문한다. '이 투자가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가' '나를 선택한 고객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등 자신이 아닌 고객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초점을 맞춰라. 그리고 그 가치를 우직하게 지켜야 한다."

―국내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첫 번째로 투자를 권하는 자가 조언자인지 중개인(브로커)인지 구별하는 것이 좋다. 많은 이들이 재정적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는 조언자가 아니라 영업사원에게 재정적 조언을 받기 때문이다. '좋은 투자 조언'과 '단순한 구매 권유'를 구분해야 한다. 두 번째로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페셜팀을 꾸려라.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구글의 래리 페이지, 알리바바의 마윈 곁엔 늘 훌륭한 팀이 있다. 이제 투자도 1인이 아닌 각 분야 스페셜리스트로 구성된 팀이 필요하다. 소액 투자자라고 주저하지 말고 도와줄 사람들을 찾는 것이 좋다. 세 번째로 투자를 두려워하지 마라. 실제 금융 교육을 받지 못한 대부분에게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운전처럼 투자도 기본부터 배워 나가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더욱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는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자료=메리츠종합금융증권

[정리=전은정 조선뉴스프레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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