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 직장여성 해고 등 악습 심각… 복장 자유화 청원에 15만명 서명
"높이가 10㎝나 되는 하이힐을 신고 하루 8시간이나 서 있어야 했다." "크리스마스 때 남성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야 했다."
영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여성 복장 관행'을 바꾸기 위해 영국 의회와 정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일간 가디언 등이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영국 하원은 이날 여성평등 청원위원회를 열고 여성들이 직장에서 얼마나 심하게 복장을 강요당하는지 보여주는 각종 사례를 공개했다. 한 여성은 "너무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어 발에서 피가 나고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고통을 느꼈다"고 했다. 또 다른 여성은 "직장 상사가 남성용 제품을 파는 여직원에게 블라우스 윗단추를 풀라는 요구를 했다"고 증언했다.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거나 수시로 화장을 고치라고 강요하는 회사, 양말 두께와 립스틱 색깔을 지정하는 곳도 있었다.
노동당 소속 질 퍼니스 의원은 "한 소매점에 근무했던 내 딸은 하이힐 때문에 발가락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딸은 당장 직장을 그만뒀지만, 모든 여성이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청원위원회는 지난 2015년 런던의 한 회계 컨설팅 업체에서 고객 안내 담당 직원으로 근무했던 니콜라 토르프(당시 26세)가 출근 첫날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직장 상사는 단화를 신고 출근한 토르프에게 "당장 굽이 5~10㎝인 하이힐로 갈아 신고 오지 않으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했고, 토르프가 이를 거부하자 그날로 해고했다. 이후 토르프는 "여성도 직장에서 자유롭게 신발을 신을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영국 의회에 제출했고, 지금까지 의회 청원 온라인 홈페이지에 15만명이 서명했다고 BBC는 전했다. 영국에서는 청원 서명 인원이 10만명을 넘으면 반드시 의회가 논의하게 되어 있다. 헬렌 존스 위원장은 "지금 우리는 21세기가 아니라 마치 1850년대에 사는 것 같다"며 "정부는 여성이 복장과 관련해 성차별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런던=장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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