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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말로 판결문 작성 등 법원정보화 이끄는 ‘앱 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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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구 법원도서관장

동아일보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은 “법조인들도 정보기술을 적극 활용해 인공지능의 발달이 법조계에 가져올 큰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도서관 제공


“강민구 판사가 마이크로 입력하는 모습입니다. 마이크만 있으면 인터뷰할 때 타이핑을 할 필요가 없어요.”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만난 강민구 신임 법원도서관장(59·사법연수원 14기). 강 관장은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에서 법원도서관과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을 총괄하는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맡았다.

기자가 노트북을 열고 인터뷰 내용을 받아 칠 준비를 하자 강 관장은 “뭐 하러 힘들게 타이핑을 하느냐”며 말렸다. 강 관장은 기자의 노트북에 마이크를 연결한 뒤 구글 드라이브 앱을 열고 구술 메모를 하는 시범을 보여줬다. 강 관장은 “부산, 창원에서 법원장으로 근무할 때 이런 식으로 법원 소식지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하면 후배 법관들의 업무를 도울 수 있을지가 최근 강 관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강 관장은 “판결문 작성을 컴퓨터나 필기구 대신에 노력과 시간이 덜 드는 구술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라며 “그렇게 되면 법관들이 판결문 작성에 쏟는 시간과 노력을 줄여, 이를 정확한 판단을 하는 데 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 관장은 “지난해 11월 중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사법정보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중국 상하이,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인터넷대회’라는 국제 법관회의에 참석했다. 강 관장은 그곳에서 우리나라 사법정보 시스템을 배워갔던 중국 법원이 독자적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개발해 법정에서 속기사를 없앤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강 관장은 “중국의 사법정보 시스템을 추월하는 것이 내가 이 자리에 온 목적”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법행정에 활용하는 것도 강 관장이 관심을 갖는 일이다. 그는 일선 법원장을 할 때 동료 판사 및 법원 직원들과 메신저 앱, 친목모임 앱을 통해 다양한 모임을 가졌다. 강 관장은 “‘채팅방에서는 질문에 즉시 대답하지 않아도 좋다’거나 ‘기관장은 업무시간 외에는 SNS에서 말을 하지 않는다’는 등 규칙을 잘 정하면 SNS는 훌륭한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에 대한 강 관장의 열정은 인터넷 동영상 강의로도 이어졌다. 강 관장이 유튜브에 올린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라는 제목의 IT 활용법 강의는 조회수가 83만 건에 이르는 인기 콘텐츠다. 강 관장은 “구글번역기 사용법, 명함을 스마트폰에 저장하는 법, 신문 기사를 한글 텍스트로 전환해주는 앱 소개 등 내용이 실용적이어서 많은 분들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이 동영상을 보고 이번 인사에서 강 관장을 법원도서관장으로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강 관장은 “인공지능 시스템이 앞으로 법조계에 큰 충격을 몰고 올 것”이라며 “법조인들도 스마트폰을 ‘제2의 두뇌’로 활용하는 등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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