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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명호의 디지털사회] 4차산업혁명, 불확실성, 미래학… 혼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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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조선

핀테크, 드론, 무인자동차, 인공지능, 인더스트리4.0, 4차산업혁명… 연말연초가 되면 새로운 키워드를 담은 트렌드와 미래 전망에 관한 책이 서점에 넘쳐난다. 미래라는 것이 불확실한 영역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미래를 이해하고 대비를 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심하고자 하는 오래된 인간의 심리가 장사가 되는 시장을 만들어 낸다. 누가 더 미래를 잘(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그럴듯하게) 예측했냐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자극적이고 흥미위주로 미래 예측 또는 전망하는 주장이 인기를 얻고 있다. 추격자 전략(Fast-Follow)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의 지적 풍토와 의사결정 구조에서 인기에 영합하는 미래학자가 미래를 용감하게 주장해야 우리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다. 일부 학자들은 본인의 기존 주장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분칠을 하고, 4차산업 전문가가 넘쳐난다. 그래서 반대자들은 4차산업혁명은 장사꾼의 말장난이고 사기라고 이야기 한다. 다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4차산업혁명을 포함한 미래의 급격하고 본질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분하고 진지한 미래학적 접근이 필요하며, 4차산업혁명에 대한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 쓴 글이 미래학의 전체이거나 4차산업혁명의 본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학문적이면서도 실무적 시각에서 미래학을 설명하고, 다른 관점으로 4차산업혁명을 풀어내고자 한다.

◆ 불확실성을 직시하는 미래학

미래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음을 인정하고, 그 불확실성의 요소들을 이해하고, 그 역동성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이를 통해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고자 탐색하는 학문이 미래학이다. 이것이 기존 학문과 다른 점이다.

많은 학문이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를 알고자 하였다. 모든 학문의 등장 이유는 동일하다. 일정한 패턴과 법칙을 찾아 미래의 투명성과 확실성을 높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역사학도 과거를 통해 미래를 가늠하고자 하는 학문이 아닌가? 동양의 역사서에 거울 감(鑑)자가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역사라는 거울 통해 미래를 비추어 보라는 뜻이다. 미래에 대한 지향은 인류의 본성에 기원한다. 패턴을 인지하고 이를 통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할 수 있도록 뇌의 신피질(Neo Cortex)이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2016년에 작고한 앨빈 토플러가 모든 인간은 미래학자라고 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당연히 모든 학자들도 미래학의 성향들을 가지고 있다. '사피엔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중세사 전공자이지만 우리는 그를 미래학자로 보는 이유도 그런 것이다.

2007년의 국제금융위기를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다. 물리학과 수학의 도움을 받아 정교해진 경제학도 이상한 현상을 인지했지만, 그 파급효과가 그렇게 클지를 알지 못했다. 정치학자, 여론전문가도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2016년 여름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하다 못해 당장 내일의 주가(株價) 조차도 제대로 예측하기 어렵지 않은가? 이는 기존의 대부분의 학문이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데 주로 관심을 두지만 불확실성 자체에는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학문은 통계학의 성과를 활용하여 불확실성의 크기를 계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알지 못함도 알지 못하는(unknown unknowns)' 상태에서 불확실성을 계산한다는 시도는 무의미하다.

미래학은 이 지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겸허하게 받아 들이고 이를 다루는 것이 미래학이다. 미래학에서 불확실성이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시나리오로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래학의 세계적 석학인 짐 데이터 교수는 이에 한 발 더 나아가, 네 가지 미래원형을 도입했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가 네 가지라는 의미다. 네 가지 미래원형은 지속 성장(Growth) 미래, 쇠퇴(Collapse) 미래, 자제(Disciplined) 미래, 변혁(Transformation) 미래를 의미한다. 네 가지 미래원형을 통해,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도출하고 경험할 수 있다고 보았다.

◆ 미래학은 사고의 유연성, 확장성, 불확실성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준다

미래학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인류나 그 사회 혹은 특정 기업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결정하고 이를 추진할 수 있게 해준다. 즉, 미래학은 미래의 비전을 수립하게 하거나, 미래 정책 혹은 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미래의 창의성을 촉진하거나, 미래의 위험을 찾거나 혹은 미래의 다양한 가능성을 개방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것 등이 그 본연의 역할이다. 따라서 미래학에서 미래예측(Foresight)이라 함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을 확정적으로 예단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예측이란 '복잡한 미래에 대한 대화'이고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인적 네트워크'다. EU의 공동연구센터(Joint Research Centre)는 미래학의 미래예측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미래예측은 이미 결정된 미래를 밝혀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구축하도록 우리 인류를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미래예측은 미래를 이미 결정된 그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창조하고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래학의 특성 때문에, 유럽은 미래학이 정부 정책 결정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핀란드는 총리 주관 하에 장기적인 미래전략을 수립하고, 스웨덴은 미래부를 별도로 두고 있다. 독일은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사회와 노동의 변화를 전망하기 위해 체계적인 미래전망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씽크탱크인 Rand 연구소는 미래학의 요람이며, 코카콜라, 디즈니, IBM, Siemens 등이 내부에 별도의 미래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Google은 세계적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웨일을 고용했다. Google은 더 나아가 미래학에 기반하여 창업정신 등을 키우기 위한 특이점 대학(Singularity University)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호주 등은 이 미래학을 통해 국가와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정착된 문화가 되었다.

미래학은 미래의 불확실성, 즉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학문이다. 이것이 미래학이 다른 학문과의 차별성이다. 그러나 미래학이 하늘에서 떨어진 학문은 아니다. 모든 학문의 고민과 결과물이 미래학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래학은 특정 분야만을 다루지 않는다. 기술예측이나 트렌드 분석이 미래학이 아니다. 미래학은 그 현상과 흐름의 속에 있는 동력을 이해하고, 그것이 앞으로 사회에 미칠 영향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이 미래학이다. 모든 학문을 어버이로 해서 태어난 학문이 미래학이지만, 누구도 닮지 않은 것이 미래학이다. 그래서 일부 학자가 미래학을 사생아처럼 대하기는 하나, 그것은 그 학자의 문제다.

◆ 4차산업혁명, 논쟁과 혼돈의 시대

4차산업혁명이 정치권, 대선주자들의 논쟁으로 번지면서 우리나라에서 주요 이슈가 되고, 찬반 논란이 있다. 서로 4차산업혁명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하고, 시작도 안된, 예고된 혁명을 혁명이라고 할 수 있냐는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4차산업혁명'이란 용어의 기원이 된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찬반 논의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과거에 특정한 용어가 국정 아젠다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이 적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운 용어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호와 비판이 공존하고 있다. 혼돈의 시대다. 그 논란과 비판을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비판을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 제4차산업혁명은 전세계적인가?
- 과연 (산업)혁명인가?
- 고령화와 자동화를 어떻게 봐야 하나?
-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 제4차산업혁명은 전세계적인가?

결론적으로 이 용어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용어가 담고 있는 특징과 방향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다수의 사람이 동의를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인공지능, 로봇, IoT(사물인터넷), 스마트 공장, CPS(Cyber Physical System) 등으로 인하여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스마트 기계가 수행하고, 인간은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의 Industrie 4.0은 'eine vierte industrielle Revolution'이다. 우리 말로 제4차산업혁명이다. 이 Industrie 4.0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해서, 독일의 디지털 사회와 미래 노동환경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ndustrie 4.0은 독일의 제조업 생태계의 위협(노동력의 고령화와 미국 디지털 기업의 세계시장 확대)에 대비하겠다는 미래 성장 전략이다. 강한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기업간 공정 표준화와 디지털화를 통해, 기존의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혹은 강화하면서, 최종 소비자의 주문 즉시(On Demand) 개인 맞춤형(Mass Customization)으로 최종 제품을 생산하겠다는 의미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의 야심 찬 Industrie 4.0은 다른 국가에 큰 자극을 주었다. 중국은 독일의 Industrie 4.0에 대응해 'Made In China 2025', 일본은 '일본재흥전략(日本再興戰略)'을 수립, 발표했다. 미국은 GE 등 기업 주도로 산업인터넷컨소시엄(Industrial Internet Consortium)을 설립했다.

우리나라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확산되게 된 계기는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주최한 다보스 포럼에서 '제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부터다. WEF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같은 해에 '제4차산업혁명'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슈밥은 그의 제4차산업혁명이 독일의 Industrie 4.0에서 따온 것임을 명확하게 밝혔는데, 그는 디지털 혁신으로 인한 생산성의 극대화와 더불어 생명공학 및 나노물질 기술의 기하급수적 발달이 새로운 변혁을 가져올 것이라 보았다. 슈밥은 그의 책에서 이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급격하고 광범위하며 근본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는 전망했으나, 그 변화의 방향은 알지 못한다고 선언한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용어는 국제적으로 크게 인정받고 있는 통일된 용어는 아니다. 대신 슈밥의 4차산업혁명과 유사한 용어가 디지털 변혁(Transformation)인데,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영미권에서는 '디지털 변혁'을, 독일과 일본 등지에서는 Industrie 4.0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 슈밥의 4차산업혁명은 영미권의 디지털 변혁, 미래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의 '제3차 산업혁명', 맥카피와 에릭욜프슨의 '제2 기계시대', 폴 메이슨의 '후기 자본주의' 우리나라 정부의 지능정보사회 등과 사실상 동의어다. 특정한 용어인 제4차산업혁명이 세계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 변화(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을 스마트 기계가 수행하고, 인간은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가 빨리 다가올지 늦어질지 모르지만, 대세라는 점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 우리나라에서는 이들 용어를 명확한 개념 구분 없이 사용하여 오해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혹자는 독일의 Industrie 4.0을 이야기하는데, 청자는 슈밥의 제4차산업혁명으로 듣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용어의 궁극적 지향점은 동일하다. 그리고 독일의 Industrie 4.0과 슈밥의 제4차산업혁명은 한편으로 대상 시기의 문제이기도 하다. 국가 미래성장전략으로서의 Industrie 4.0은 단기와 중기에 해당하며, 슈밥의 그것은 중기와 장기에 해당한다. 중기와 장기에 해당한다고 나중에 준비해도 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 동시에 연구하고 고민해야 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기의 방향을 지금 고민하지 않는다면, 이후 방향 선회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들거나 혹은 방향 선회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2014년 '과학의 해'의 주제로 '디지털 사회'를 선정했고, 2015년에 Industrie 4.0으로 인한 노동환경의 변화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정책적 대안을 촉구하는 Work 4.0 녹서(Green Paper)를 발간하고 2016년 말에 정책 대안을 제시한 Work 4.0 백서(White Paper)를 완성했다. 슈밥의 세계경제포럼은 제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정치, 경제 및 사회의 변화에 대한 구체적 전망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모두 특정한 기술이 아닌 이로 인한 전체 사회의 변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 과연 (산업)혁명인가?

제4차산업혁명이 (산업)혁명인가의 여부에 논란이 있다. 대부분은 그 충격과 영향 범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필자는 이번 변혁이 혁명이긴 하나, 산업혁명의 아류라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변혁을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혁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진짜 디지털혁명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정치, 경제 및 사회에 근본적 변화가 야기되었다. 전제 국가에서 국민국가로 전환되었으며, 산업사회에 필요한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었고, 기업가와 산업자본가가 주역이 되었다. 이후 2차와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산업자본주의는 금융자본주의로 이행되었고, 디지털자본가가 등장하였으나 큰 틀의 사회구조적 변화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4차산업혁명 또는 디지털혁명)으로 정치, 경제 및 사회에 근본적 변화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1차와 2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이용할 수 있는 힘(동력)에 대한 것이었으나, 3차와 4차는 힘에 대한 것이 아니라 정보와 지력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혁명은 산업혁명은 아니며,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새로운 혁명, 즉 디지털혁명으로 보아야 한다.

산업혁명의 범용기술은 증기기관으로 시작된 엔진 기술이다. 이 엔진 기술은 공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속도의 증가는 인간이 교류하는 공간의 확대를 가져온다. 철도와 자동차는 공간의 확대로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원료 공급과 소비 시장을 확장시켰다. 2차례에 걸친 세계대전도 바로 이런 공간의 확장에 따른 국가간 충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디지털혁명은 범용기술인 CPU(중앙처리장치)에 기반하고 있으며, CPU의 성능은 연산처리 속도(클럭 속도)로 나타난다. 즉,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시간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산업혁명의 범용기술인 엔진이 공간의 기술, 공간의 확장을 가져왔다면, 디지털의 CPU는 시간의 기술로 시간의 확장, 즉 동일한 일을 더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음으로써 여유 시간을 만들어 주는 시간의 확장을 가져다 준다. 지동화와 인공지능이 바로 그런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자신이 보는 미래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차기술혁명은 인간의 체력을, 2차 기술혁명은 인간의 거리를 각각 해방시켰다. 이번 3차 기술혁명은 뇌를 해방시킬 것이다. 매 기술혁명엔 50년이 소요된다며 과거 20년이 기본적으로 순 기술기업간 경쟁과 발전으로 진행됐다면 미래 30년은 기본적으로 기술의 응용이다. 1차 기술혁명은 1차 세계대전을 몰고 왔다. 2차기술혁명은 2차 세계대전을 만들었다. 이번 기술혁명은 인류사상의 해방이나 인류지혜의 개발이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만들 수 있다. 인류가 공통의 목표가 없다면 인류는 스스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이번 기술혁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빈곤의 문제이자 질병의 문제요 환경과 지속발전의 문제다."

모든 용어는 그 사회의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더 이상 남의 논리 틀에서 이것이다 저것이다 하는 논쟁보다는 자신의 논리 틀을 제시하는 과감성과 담대함이 오히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본다.

◆ 고령화와 자동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기술의 변화와 미래를 전망할 때 또 하나 염두 해 둬야 할 것은 사람의 변화이다. 미래에는 기대수명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개인의 세계화는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브렉시트와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산업사회에서 디지털사회로 이행되는 과정의 저항이라고 본다). 무인자동차와 드론 택시의 등장은 도시의 개념을 바꿀 것이며, 인공지능과 가상/증강 현실 기기의 발전은 교육과 노동환경, 교실과 직장의 모습과 개념을 바꿀 것으로 보인다.

기대수명의 획기적 연장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건강하고 젊은 평균 기대수명이 120세를 넘는 경우, 현재의 정치, 경제 및 사회 구조의 변혁은 불가피하다. 전통적 가족구조는 기대수명의 증가, 세계화와 맞물려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60세 은퇴는 없어질 것이다. 30년을 일하고 90년을 사회의 부양을 받으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초고령 사회는 상당한 화두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기대수명의 획기적 증가'는 미래 변인의 하나에 불과하다. 세계화, 도시 개념의 변화,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의 고도화, 친환경에너지의 경제성 확보, 우주 광산,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결합 등이 예견되고 있다. 이들 복수의 변인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단을 불가능하게 한다. 슈밥의 말 대로, 근본적 변화는 예상되나, 그 방향은 아직 불확실의 영역이고, 혼돈의 시대를 거쳐서, 우리의 손길이 닿아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할 것이다.

◆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독일과 미국은 상향식 접근과 하향식 접근을 병행한다. 또한 다수의 이해당사자가 그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토의하고 대화를 한다. 이에 반해 현재까지 중국과 일본은 하향식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아직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듯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하려 하였으나, 국정마비 상태가 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독일을 개략적으로 비교하면 디지털 인프라는 우리나라가 좋으나, 인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독일은 강한 중소기업이 많은 나라로 우리나라와는 그 생태계가 다르다.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화와 기업혁신의 패러다임이 변환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나라의 제4차산업혁명 전략은 우리의 색깔과 향기에 맞아야 한다.

지금 세계는 생산공장이 소비자 거주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Re-Shoring의 추세와 트럼피즘(Trumpism)으로 상징되는 경제적 보수주의의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을 보다 좁힐 수 있다. 이제는 우리의 시각에서 4차산업혁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그 구체적 방안과 내용은 노동자, 기업가, 교육자, 정부 당국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의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해 도출하고, 수렴하며 성숙되어야 한다. 다들 아는 이야기이나 큰 방향만 이야기하면 다음과 같다.

-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아젠다 설정을 주관하고, 관련 생태계 구축 지원
- 노동자, 기업가, 금융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이고 지속적인 대화
- 지역을 중심으로 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산학연(시도정부-산업체-대학-연구기관) 거버넌스
- 디지털 역량을 포함한 미래역량의 증진을 위한 교육부와 산자부의 교육 기능 통합
-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한 전망과 대응
- 정치, 경제 및 사회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 전망과 바람직한 미래상 수렴

◆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미래학의 역할

제1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전제국가가 무너지고, 농촌공동체와 가족구조가 바뀌리라는 것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우리는 우리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 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아직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근본적으로 변화될 사회상은 우리 인간의 손(인간의 본성, 사회문화, 제도)을 거쳐 형성될 진행 중인 대상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의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기술적 특성과 한계, 생산시스템, 에너지와 자원, 생태계라는 물리적 환경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형성되는 주체(사회제도)이면서도 객체(사회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미래학은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해야 한다. 첫째, 기술 진행 방향과 이로 인한 정치, 경제 및 사회의 가능성을 점검하고, 둘째, 우리사회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한 논의를 유도하는 것이다.
OECD, 가트너, 매킨지, PwC 등 공적 조직과 민간기업이 미래 기술에 대해 다양한 전망을 경쟁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이 도입되고 성숙함에 따라 가능한 사회상에 대한 전망을 미래학자가 점검하고 사회적으로 논의가 될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

유전자 기술의 고도화에 따른 슈퍼 박테리아의 등장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일인기업의 기업주를 노동자로 간주한다면 그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무인자동차와 드론 택시의 등장으로 인한 도시 구조의 수평적 변화에 대응하여, 도시계획 체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건강한 초고령화 사회에서 교육시스템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동시통역기 및 가상현실기술에 따른 세계화의 진행으로 인한 전통사회의 붕괴 가능성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 미래 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가 사전에 고민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이들 고민이 적시에 진행되고 정부 정책과 기업의 경영전략에 반영되어야 한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를 달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래학이란 바람직한 미래를 이루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일에 관한 학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바람직한 미래상을 누가 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전체 사회 구성원 혹은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세력, 그 시대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세력과 사회적 틀(정치) 속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 한다. 미래학은 그 논의를 촉발하고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글은 (재)여시재 Solution Designer 이명호, (재)여시지 객원연구원 윤기영이 공동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이명호 연구위원는 연세대 공대를 졸업하고 KAIST에서 IT MBA, 기술경영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삼성SDS 미국지사(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 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충남도립청양대학 산학협력교수 등 기업, 공공, 학계에서 IT와 관련된 일을 했습니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사)창조경제연구회 상임이사를 거쳐 (재)여시재 선임연구위원으로 디지털사회, 과학기술, 미래산업, 미래도시, 혁신 생태계, 디지털 문명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미래학회 이사를 겸하고 있습니다.

IT조선 이명호 여시재 Solution Desig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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