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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1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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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문의 자유는 기본권…틀린 표현도 보호해야”

‘자발적 위안부’ 표현, 특정인 명예훼손은 아니라 판단

박 교수 “명판결”…위안부 피해자 “끝까지 죄 묻겠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유하 세종대 교수(60)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이상윤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고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옥선 할머니(91) 등 위안부 피해자 11명은 2013년 8월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에 대해 2014년 6월 박 교수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며 피해자들은 일본 제국과 ‘동지적 관계’라고 표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교수를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책에서 개진한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고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론자들에게 악용될 부작용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며 “피고인 견해에 대한 판단은 학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교환하고 상호 검증하면서 논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검찰이 명예훼손 표현이라고 제시한 35곳 중 5곳이 사실 적시에 해당하고 나머지는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 적시로 본 5곳 중 “3곳에 ‘일본군의 공식적인 지시나 법령이 없었다’ 등의 표현은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하는 내용은 아니고, 2곳에 ‘자발적 위안부가 있다’는 표현은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 적시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적게는 1만5000명 많게는 32만명에 달하는 위안부 전체에 대한 기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해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30곳은 전체 문맥 등을 종합하면 위안부는 제국주의, 국가주의에 동원된 피해자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추상적, 비유적 표현으로 의견을 표명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춘’이라는 표현에 대해 “위안부들이 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하며 성노동을 강요당했고 그 대가는 포주들이 착취하였다고 서술하고 있다”며 “이러한 맥락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매춘이라는 표현을 ‘자발적인 매춘’이라는 의미로 사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재판 직후 “명판결이라 생각한다”며 “내가 맞선 상대는 피해 할머니들이 아니라 지원단체나 학계·언론·정치권이었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89)는 “이건 판결도 아니다”라며 “박유하는 친일파다. 끝까지 재판해 반드시 죄를 묻겠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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