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저성장 터널…올해는 더 깊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제성장률 5분기째 0%대

건설, 작년 4분기 ‘마이너스’, 고용악화·김영란법 영향, 소비자심리지수 ‘최저’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이 0.4%에 그치며 5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다. 2년째 연간 성장률 2%대를 벗어나지 못해 저성장이 고착화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는 메르스 사태 같은 대형 악재도 없었고, 돈은 돈대로 풀어댔는데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성장률 수치보다 성장의 내용에 있다. 지난해 성장의 절반 이상은 부동산 부양책에 따른 건설투자가 만들어냈다. 올해는 내수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같은 국내외 악재가 많아 2%대 성장도 쉽지 않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 건설 부양책에 의존한 성장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4분기는 전 분기보다 0.4% 성장했다. 이는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2분기(0.4%) 이후 1년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2015년 4분기 0.7%를 기록한 이래 5분기째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로는 실질 GDP가 전년 대비 2.7% 성장했다. 2015년 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률이다.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장 기여도는 내수가 3.3%포인트, 순수출(수출-수입)은 마이너스 0.5%포인트로 집계됐다. 수출은 2년째 성장률을 오히려 깎아 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성장을 주도한 건 건설업이다. 지난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11.0%로, 1993년(11.9%) 이후 2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25% 수준까지 낮추고, 전세를 월세로 전환토록 유인하면서 ‘빚내서 집 사라’는 부동산 부양책이 큰 역할을 했다. 실질 GDP 성장률 2.7% 가운데 건설투자 비중은 1.6%포인트나 됐다.

정부소비 증가율도 3.9%로 전년(3.4%)보다 0.5%포인트 오르며 2009년(5.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조원대의 추경을 편성하는 등 재정 투입을 늘린 덕이다.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임시공휴일 지정 등 소비 진작책에 힘입어 민간소비 증가율도 2.4%로 2009년(5.2%)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러나 인위적인 부양책이 기업들의 투자 심리까지 살리진 못했다. 전년 대비 설비투자가 2015년 5.3% 늘었으나 지난해는 마이너스 2.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7.7%) 이후 최저치다.

■ 소비 위축에 트럼프·사드 복병까지

올해는 지난해보다 여건이 더 좋지 않다. 당장 건설투자가 꺾이고 있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까지 불어나고 미국발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의 빚 상환 부담이 커지자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선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1.7% 감소하며 2015년 4분기(-2.4%) 이후 1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내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0.5%에서 4분기 0.2%로 주춤해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올 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3.3으로 7년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4분기 성장률(0.4%)이 마이너스라던 일부의 예상보다는 높은 수준이었지만 전체 성장은 좋은 모습이라고 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GDP의 절반가량(49.5%)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위축된 영향이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정부소비도 같은 기간 1.4% 증가에서 0.5%로 둔화됐다. 다만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가 모두 늘면서 3분기 0.2%에서 4분기 6.3%로 증가율이 다소 높아진 것이 위안거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수출이 호전되고, 항공기 도입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와 한은은 올해 연간 2.5~2.6% 성장률을 전망하지만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각종 무역협정의 탈퇴·재협상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교역 위축이 예상된다. 중국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기업들에 비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올해는 트럼프 정부 출범 등 모든 잠재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희망 섞인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