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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저성장 '일상화'…추경· 저금리에도 맥 못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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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2016년 4분기 및 연간 GDP 발표하는 한은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2014년 제외) 2%대 저성장이 일상화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장동력인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까지 본격적인 위축 국면에 들어가면서 저성장 국면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6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보다 2.7% 성장하는데 그쳤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4분기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은 피하며 한은의 지난해 목표치인 2.7%에 턱걸이 했지만, 2015년 2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당시와 같은 0.4% 성장에 그치며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지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 경제는 2014년(3.3%)을 제외하고 모두 2%대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우리 성장을 붙잡은 가장 큰 요인으로는 민간소비를 들 수 있다. 민간소비(2.4%) 증가율이 연간으로는 전년(2.2%) 대비 다소 높아졌지만, 정부의 임시공휴일 지정, 개별소비세 인하, 코리아 세일페스타 등의 소비진작 정책에 더해 추경을 통해 대규모 재정을 쏟아 부은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정부의 노력에도 기업구조조정, 국내 정치불안, 가계부채 급증, 김영란법 등 각종 악재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전체 GDP의 49.5%를 차지하는데 3분기 0.5%에서 4분기 0.2%로 둔화된 것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3분기 폭염으로 전기소비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 소비가 많았는데 4분기 이에 따른 반사효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채소 및 육류 가격 상승으로 식료품 소비 역시 줄어들어 민간소비를 둔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지난해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라 건설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 우리 경제를 지탱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에 기댄 성장조차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건설투자 증가율은 무려 11.0%에 달했다. 이에 지난해 건설업도 11.0% 성장하며 지난 1991년 이후 25년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하지만 정부가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내놓은 11·3 대책과 미 금리인상에 따른 대출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지난 3분기 3.5%에서 4분기 -1.7%로 급감했다.

정 국장은 "이번 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최근 급격한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면서도 "건물건설이 계속 이뤄지고 있어 향후 급격히 둔화될 가능성은 낮지만 전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둔화될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수출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수출 성장률은 1.4%로 전년(0.8%) 보다 높아졌지만, 지난해 2분기 이후 계속해서 둔화되는 추세다.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역시 지난해 2분기 -0.3%포인트, 3분기 -0.8%포인트, 4분기 -0.1%포인트로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협장(TPP) 탈퇴를 선언했다. 만약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재협상에 들어갈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조치에 따른 우리나라의 직·간접 수출 차질규모는 지난해 통관수출의 0.5%에 해당하는 2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보호무역주의 강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17~2020년 통관수출의 0.8% 내외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반적인 경기하강이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4분기 들어 소비가 감소하고 그간 경기를 떠받쳐온 건설투자도 둔화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 전체로도, 구성성분상으로도 어려운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앞으로도 악화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추경을 포함한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정책으로 경기상황을 반전시킬 대응이 필요하나 현재 대선을 앞두고 있고 정책당국이 정칙추진력을 잃은 상태여서 경기반전을 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 2018년 전망치로는 2.8%를 제시했다. 이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4%, 나이스신용평가는 2.4%, 현대경제연구원 2.3%, LG경제연구원 2.2%, 한국경제연구원 2.1%를 제시하고 있다.

한은과 연구기관들의 예상대로라면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4년 연속 2%대 성장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channa224@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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