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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깊은 ‘저성장 늪’…추경·금리인하에도 2년째 2%대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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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지난해 성장률 2.7%…순수출 성장기여도 하락, 건설업 성장률 25년 만에 최고]

머니투데이

한국경제가 대내외 악재로 '저성장 늪'에 빠졌다. 정부가 11조원대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1.25%로 낮춰 돈을 푸는 경기부양책을 동원했지만 성장률 3% 반등엔 실패했다.

경제 중심축인 수출, 제조업 성장세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내수 위축으로 서비스업 성장세도 다소 꺾였다. 부동산 부양책에 따른 건설투자 위주로 버티는 형국이 지속됐다.

◇지난해 성장률 2.7%…2년 연속 2%대 성장=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4/4분기 및 연간 GDP(국내총생산)’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질 GDP는 전기 대비 0.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간 실질 성장률은 2.7%로 집계됐다. 2015년 2.6%에 이어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성장 기여도는 내수 3.3%포인트, 순수출 –0.6%포인트로 조사됐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015년 연간 기준 첫 마이너스(-0.2%포인트)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쪼그라들었다. 세계 교역량 감소로 수출 부진이 지속된 가운데 내수 위주 성장세가 이어진 것이다.

경제활동별 성장률은 △제조업 1.7% △서비스업 2.5% △건설업 11.0% △전기가스수도업 3.8% △농림어업 –2.8%로 집계됐다.

제조업 성장률이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했지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제조업 성장률이 다소 개선됐지만 평년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조업 성장률은 2011~2014년 평균 4%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수출 부진으로 2015년 1%대로 하락했고 지난해에도 크게 반등하지 못했다.

서비스업 성장률은 전년과 비교해 0.3%포인트 하락했다. 정국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도 일부 업종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설업 성장률은 1991년(11.5%) 이후 2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신규 주택 분양·착공 물량이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전년 증가율(6.4%)보다 하락했지만 여전히 실질 성장률을 웃돌았다. 유가하락으로 수입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된 효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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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성장률 0.4%…6분기 만에 최저=이번 발표에 앞서 민간·국책 연구기관에서는 지난해 4분기 내수 위축으로 금융위기 이후 8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민간소비(0.5%→0.2%), 정부소비(1.4%→0.5%), 건설투자(3.5%→-1.7%) 등이 3분기보다 악화됐으나 설비투자가 예상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충격을 상쇄했다.

지난해 4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6.3%로 2012년 1분기(12.2%) 이후 19분기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와 대형 항공기 투자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집계된 것에 대해) 미국발 금리인상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정치적으로는 탄핵 정국도 있어 나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런대로 선방한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하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2015년 2분기(0.4%) 이후 6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분기 성장률은 2015년 3분기(1.2%) 이후 5분기째 0%대에 머물렀다.

◇“올해도 경제 어렵다”…역대 첫 3년 연속 2%대 성장 유력=올해도 어려운 경제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다. 현실화될 경우 현 정부가 출범한 뒤 4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세다.

한은이 연초 2%대 성장률을 예측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0%) 이후 8년 만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수출 부진은 조금 개선되겠지만 내수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은 예상이 맞다면 '3년 연속 2%대 성장'이 유력하다. 이는 GDP 통계가 집계된 1970년 이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정부 들어 3%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2014년(3.3%)이 유일하다. 정부는 이때를 제외하고 세 차례 10조원 이상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2.5%에서 1.25%로 인하됐다. 거듭된 부양책에도 성장률이 3%대를 회복하지 못했다. 경제·인구구조 변화로 우리 경제 기초 체력인 잠재성장률이 2%대로 추락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은은 조만간 2%대 후반으로 햐항 조정된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유엄식 기자 usyoo@, 권혜민 기자 aevin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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