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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트럼프 “미국산 사라, 미국인 고용하라”…수출한국 풍랑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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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 취임 일성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공식 선언

수출의존 한국 ‘전략 수정’ 불가피

나프타 재협상땐 북미시장 대격변

멕시코에 공장 둔 한국기업들 비상

정부 “멕시코와 FTA 협상 재개” 대응

미-중 무역분쟁 격화 한국엔 직격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취임사에서 “미국산 제품을 구입하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강경한 보호무역주의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모처럼 회복세를 띠고 있는 수출전선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명목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8.2%(2015년)에 이를 정도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이 트럼프노믹스의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서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수십 년간 우리는 미국 산업을 희생한 대가로 외국 산업의 배를 불렸다. 나의 단순한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백악관 누리집에 올린 6대 국정기조에서도 ‘엄격하고 공정한 무역협정’을 강조하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재협상 거부시 폐기”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가 취임 일성으로 나프타 재협상을 공식화함에 따라 당장 멕시코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멕시코에는 180여개 한국 업체가 진출해 최근 5년간 33억달러를 투자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가 맺은 나프타를 미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아 멕시코로 몰려간 우리 기업들은 전략의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북미 지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연 40만대 생산규모의 멕시코 공장을 준공한 기아차를 비롯해, 기아차와 함께 멕시코에 동반 진출한 현대제철, 멕시코 4곳에 자동차용 강판 공장을 갖춘 포스코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멕시코에서 세탁기와 냉장고 등을 생산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온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도 나프타 체제가 흔들릴 경우에 대비한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세계무역기구(WTO)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일 일데폰소 과하르도 멕시코 경제부 장관과 만나 “나프타 재협상 가능성과 관련해 멕시코 진출 우리 기업들과 멕시코 정부가 나프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상호 공조하는 체제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로 중국 등 신흥국 경기가 냉각되고,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등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및 멕시코산 수입품목에 대해 각각 45%, 35%의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10% 줄면 한국의 수출은 0.36%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재협상도 잠재적 걱정거리다. 트럼프는 6대 국정기조에서 “실패한 무역협정들을 거부하고 재검토하겠다”며 “무역협정 위반 사례를 전부 찾아내고 연방정부 차원의 시정 조처를 내리는 데 모든 수단을 사용하라는 지시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에게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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