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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2017 전미경제학회 개막]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 환율조작국 지정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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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단독 인터뷰

매일경제

전미경제학회 개막에 앞서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향후 10년간의 미국 경제가 과거 10년보다 좋을 것이라는 발언이 단적으로 이를 대변한다. 로고프 교수는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할 규제 완화와 재정 확대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더 자극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 부문의 규제 완화는 장기적으로 여러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규제 완화에 찬성"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 중 긍정적인 점도 많았지만 규제가 너무 나간 측면이 있다. 이걸 선별적으로 되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고프 교수는 "감세는 기업의 '야성적 본능'을 자극해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감세 공약에 대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지만 누구도 이만큼 내지는 않는다. 무수히 많은 루프홀(구멍)이 있기 때문이다. 세제 시스템을 단순화하고 구멍을 줄이는 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그는 15%는 너무 낮고 20% 정도가 적당하다고 제시한 뒤 "루프홀을 없애는 게 관건"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묻자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인데 이런 조치를 취해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식의 언급을 내 주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국과 중국 간에 드리우고 있는 '무역전쟁' 암운에 대해서도 "보호무역을 앞세운 트럼프가 중국에 위협적인 견제구를 날리고 있지만 이는 협상을 앞두고 엄포를 놓는 트럼프 특유의 상징적인 액션이라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트럼프가 중국을 건드리고 있는 건 일종의 제스처일 뿐 심각한 파국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거라는 관측이다.

로고프 교수는 "올해 세계경제는 더 큰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하면서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은 트럼프의 돌발적 발언과 행동"이라고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 행보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으며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금리가 크게 출렁인 만큼 향후에도 금리 변동 리스크가 여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도 여전한 리스크 요인이다. 중국 경제를 정부가 통제하고 있지만 경제 전반의 둔화를 피할 수 없다. 6~7% 성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게 줄었고 경제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진단이다. 로고프 교수는 "중국은 여전히 예의 주시해야 할 변수지만 그럼에도 올해는 트럼프 변수가 중국을 압도할 것"이라는 말로 트럼프 리스크를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최근 정치 불안과 탄핵 정국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진단을 내렸다. 한국은 안정적인 법치 시스템을 보여주고 있고 향후 50년간 승자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제조업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다방면에 강점을 보이고 있고 '혁신적인 기업과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라는 성과를 일궈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첫 내각 인선'에 대한 평가를 주문하자 흥미로운 예상을 내놨다. 로고프 교수는 "트럼프 취임 첫해에 적어도 4분의 1의 장관이 나가고 취임 2년 뒤면 절반이 나가고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TV 쇼 프로그램인 '어프렌티스'에서 외쳤던 'You are fired(넌 해고야)'를 빈번히 외칠 것"이라고 언급해 현 내각 인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시카고 특별취재팀 = 손현덕 논설실장 / 뉴욕 = 황인혁 특파원 /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윤원섭 기자 / 정승환 기자 / 이재철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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