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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지갑 열려야 경기 사는데… 꽉 묶인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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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경제동향 1월호’ 보니 / 자동차 파업 종료 등 일시 요인에 작년 11월 전산업생산은 4.6%↑ / 4분기 상장사 순익 첫 100조 눈앞 / 소매판매 전반적 증가세는 둔화 / “경제성장세 미약… 선행지표도 부진”

세계일보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좀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지표상으로는 투자와 생산이 다소 개선되고 있고 기업들의 영업이익도 상승세다. 하지만 소비가 늘지 않으면 생산, 투자, 기업이익의 증가에 따른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선행지표도 부진해 당분간 경기가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생산·투자 부진은 완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발표한 ‘경제동향 1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전월 1.9%보다 2.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자동차업계 파업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광공업생산이 4.8% 늘어난 덕분이다. 서비스업 생산 중에서는 도소매업(2.4%)과 금융 및 보험업(7.2%), 부동산 및 임대업(5.4%) 등이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투자 부진도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다.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10.2% 증가했다. 10월 -4.2%에서 반등한 것이다. 항목별로는 기계류 투자가 10.9% 증가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이후 감소했던 운송장비 투자도 8.2% 증가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의미하는 건설기성 증가율은 25.9%에 달했다.

4분기 기업 영업이익 상승도 기대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에서 실적 전망치를 제시한 251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42조8346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21.9% 증가한 수치다. 전망대로 수치가 확정된다면 상장사 순이익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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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부진 심화·부동산 위축 전망

문제는 내수다. 11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3.2% 늘었지만 전반적인 증가세는 둔화하는 모습이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8월 6.1%까지 상승했으나 9월 0.6%로 추락했고, 10월(2.5%) 증가폭을 키웠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서비스업 소비는 숙박·음식점업(-3.7%)과 예술·스포츠·여가(-0.1%) 분야에서 부진했다. 여행, 외식 등 불요불급한 지출을 줄였다는 얘기다. 매출액은 증가하지 않으면서 기업 영업이익만 커진 ‘불황형 흑자’ 현상도 이 같은 소비 부진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KDI는 “미래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현 상황에 대한 부정적 판단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전망은 밝지 않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수는 더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94.2까지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00보다 작을수록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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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기를 떠받쳐온 건설·부동산은 위축될 조짐이다. 건설투자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전년 동월 대비 9.7% 감소했다. 건축 허가면적(-3.3%)과 건축 착공면적(-4%)도 지난달부터 감소세다. KDI가 부동산시장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 부동산시장 상황을 긍정적(좋음·매우 좋음)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전분기(36.0%)보다 크게 줄어든 17.6%에 그쳤다. 향후 부동산시장을 ‘나쁨’으로 예상한 응답자 비중은 63.7%에 달했다.

KDI는 “투자 및 생산 관련 지표 부진이 일부 완화됐으나 우리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하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건설수주 등 선행지표도 부진해 경기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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