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2017 선진한국 비전을 회복하라 (上)경제분야] "경기 좋아져도 정유·화학 수출 안늘어.. 서비스업 키워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년 긴급 좌담회
"트럼프노믹스로 불확실성 증가..치밀한 시나리오 필요"
사회=노동일 경희대 교수
토론자 (가나다順)
구본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김주현 前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염주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상봉 前 산업연구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첩첩산중'이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세계적 보호무역주의, 유로존 선거 등 숨 돌릴 틈도 없이 불어닥치는 대외변수 속에 한국 사회는 초유의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정치적 시계제로에 빠졌고, 정치적 불확실성은 악화되는 경제를 더욱 짓누르는 모양새다. 위태롭게 경제를 떠받쳐온 우리나라 수출은 58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소비절벽' 우려도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13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부 역시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초 성장 전망치를 2%대까지 하향하며 저성장 고착화를 공식화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연말 서울 효창원로 사옥에서 국내 대표적인 민간전문가들을 초청해 '2017 선진한국 비전 회복을 위한 방안'을 주제로 긴급 신년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노동일 경희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회에는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장과 파이낸셜뉴스 염주영, 구본영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신년특별좌담회 내용을 경제분야와 정치·사회분야로 나눠 4일과 5일 각각 소개한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연말 서울 효창원로 사옥에서 개최한 긴급 신년 특별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노동일 경희대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사진=김범석 기자

사회=노동일 경희대 교수
토론자 (가나다順)
구본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김주현 前 현대경제연구원장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
염주영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오상봉 前 산업연구원장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우리나라 성장을 든든하게 떠받쳤던 수출이 장기 부진에 빠지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현재 우리 경제를 평가한다면.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한마디로 수출과 내수의 동반부진 상태다. 수출은 비단 최근 문제가 아니다.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패러다임 시프트'로 글로벌 교역구조가 바뀌면서 구조적.장기적 부진에 빠졌다. 과거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5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해 최근 20%대에 그치고 있다. 대부분 2015~2016년 수출의 마이너스 성장만 보는데 2011년부터 5년 단위로 보면 연평균 -2.2% 증가했다. 1960년대부터 5년 단위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이 장기적 부진에 빠져 있는 것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된다 해도 과거처럼 10% 이상 높은 증가세를 기대하긴 어렵다. 올해 지난해보다 성장률은 소폭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건설투자가 받쳐주면서 설비투자와 수출부진을 어느 정도 메꿨지만 최근 수출에 이어 내수도 감소하기 시작했다. 내수는 지난해보다 나아지진 않을 것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중국 경기불안, 유로존 선거결과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김주현 전 현대경제연구원장=우리나라는 주력산업인 자동차, 철강, 화학, 반도체 수출로 먹고사는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를 만나 예전처럼 수출하기가 어려워졌다. 올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올라가는 효과는 있겠지만 물량은 줄어들 것이다. 새로운 수출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과거처럼 정유나 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 정도로 내수시장이 형성돼 있다. 가처분소득이 늘어야 소비가 활발해지는데 소득이 줄어드는 사람이 많아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원천이 많지 않다. 앞으로 닥칠 제조업 구조조정의 패러다임 변화에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본다.

―수출 성장이 사실상 한계에 봉착하면서 내수 중심으로 성장 패러다임을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염주영 논설위원=근본적인 경제정책의 철학과 관련이 있다. 기존의 수출 주도 대기업 중심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과거 10여년 동안 정부나 재계가 기존 제조업을 신산업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외쳤지만 지금보면 삼성전자 휴대폰 빼면 신산업 성공한 것이 하나도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산업군이 빠르게 바뀌면서 앞서가기보다 오히려 뒤처지는 상황이다. 정부가 인식을 바꿔 대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선도적으로 투자를 했으면 하는데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내수가 활성화되려면 중산층이 탄탄하게 유지돼야만 한다. 그러려면 대기업.제조업에 더해 중소기업.서비스업이 같이 가야 한다. 소득의 양극화를 강력하게 완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철학을 고민해야 한다.

▲오 전 원장=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결국은 구조조정이다. 세계 경제도 좋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성숙단계로 들어선 데다 중국에 상당부분 따라잡혔다. 해외에서 중간재를 수입해오던 신흥국들도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중간재의 세계 교역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당장 무너지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10~20년 보면 지금 12대 주력산업의 수출로는 어렵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에서 빨리 미래 먹거리를 찾아내는 것이 수출품목을 다양화하는 방법이다. 모든 주요 기술혁신은 제조업에서 생겨서 다른 사업으로 파급돼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서비스 부문을 키워야 한다. 서비스산업이 너무 낙후돼 생산성이 낮다. 서비스산업 발전이 돼야만 쌍끌이 성장이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서비스업은 고용효과가 좋다. 정부가 몰라서 안하는 게 아니라 해도 잘 안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분명히 해야만 하는 문제다. 제조업에만 의존해선 수출부진을 벗어나기 어렵다. 결국 서비스업 수출이 우리나라의 수출동력이 떨어지는 걸 받쳐주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파이낸셜뉴스


―미국 금리인상,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정국의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선 외환위기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원장=지금의 위기를 굉장히 심각하게 보고 있지만 당시와 지금 위기는 전혀 다르다.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우리 경제는 6~7%대의 높은 성장률을 지속하며 전 세계 평균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현재 우리 경제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쪼그라들고 있다. 반등의 기회를 찾아야 하는 시기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이미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맞는 위기이기 때문에 가야 할 길을 잘못 들어서면 선진국이 밟은 위기를 답습할 수 있다.

▲염 위원=외환위기가 있었던 1997년과 2017년은 다른 각도에서 굉장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경제가 어려워지는 국면에서 대선이 맞물려 있는 시기였다. 대선이 치러지면 정치권은 극한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고 공직자들의 기강이 극도로 느슨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1997년에 비해 올해는 탄핵사태로 국가리더십이 공백인 상태여서 더욱더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 전 원장=외환위기 당시와 표면은 비슷해도 내용은 다르다. 1996년 반도체 가격이 20% 폭락해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불황이 닥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한미, 삼보 등 대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국내 경기가 악화일로를 걸었다. 세계 경기 부진으로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지금도 비슷하다. 다만 그 당시엔 수출이 안돼 경상수지 적자폭이 늘어나고 외환보유액도 20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지금은 경상수지가 1000억달러 흑자를 내고 있고 외환보유액은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외환위기는 근본적으로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초래된 위기였지만 지금은 더 구조적인 문제다. 수출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성장잠재력도 내려가는 상황에서 일대일로 비교할 순 없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다.

―탄핵 정국에서 경제 컨트롤타워 교통정리는 잘 됐다고 보는가.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다고 최소한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라는 주문이 너무 안일하다. 경제엔 여야가 없다. 경제는 계속 돌아가야 한다. 경제협의체라도 만들어 여야 정책위의장이라도 함께 모여 경제 문제를 의논해야 하는 거 아닌가. 위기는 내부에서 나온다. 내부에서 선후 정리가 안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김 전 원장=별다른 대안이 없다. 현재 황교안 내각 체제에선 있는 걸 잘 관리하고 가야 한다. 새로운 것은 합의가 되지도, 할 수도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고 있는 법안을 국회의 동의를 얻어 통과시키고 새로운 내각이 들어설 때까지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창조경제가 계속 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경제를 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기본을 잘 지켜야 한다는 의미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대외정책이 급변할 경우 우리나라를 먹여살리는 수출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정말 준비를 잘 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면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오 전 원장=일단 믿고 맡기는 수밖에 더 있겠나. 내년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크고 힘든 시기이지만 어떻게 본다면 구조조정하기 참 좋은 시기라고 본다. 경제가 잘나갈 때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과거 외환위기도 국민들이 오히려 뭉치는 계기가 됐다. 국민적 공감대하에서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과제들을 정책방향만 잘 잡고 밀어붙이면 누가 반대하겠나. 앞으로의 방향설정에 따라 10~20년 후 차이가 발생할 거다. 유일호 경제팀이 국민들에게 경제 실상을 제대로 알리면서 소통을 잘해야 한다.

▲구본영 논설위원=정치가 경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스위스의 경우 2500스위스프랑(30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시행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쳐 빨리 결정된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일자리 문제를 가장 큰 현안으로 인식하면서도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등 핵심 법안을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고 4~5년씩 묵히고 있다.

▲염 위원=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에 해왔던 정책들을 최대한 밀어붙여서 로스(손실)가 없도록 포지션을 정하는 게 옳다. 위기는 기회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구조조정 적기가 될 수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세계적 흐름에서 대체적으로 2만달러 시대가 오면 '눈물의 계곡'이 온다고 한다. 2만달러 시대에 접어들면 지금까지 불만을 가져온 청년실업자, 노동자, 중소상인들이 모두 탈출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환경과 분란을 어떻게 넘어가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트럼프 현상에서 나타나듯 글로벌리즘의 양극화 현상이 점차 표출되는 과정이다. 정치가 이를 잘 조정할 수 있는지가 경제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이 과정을 넘어간 국가는 일본을 제외하면 없다. 일본은 관료 주도의 '위로부터의 혁명'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사회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경제 자체의 전력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사회를 구축해 자본이 정당성을 가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가계부채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한국의 가계부채 부담도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졌다. 가계부채 문제의 해법은 있나.

▲김 전 원장=해법부터 찾으려니 쉽지 않다.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생계형 대출과 건설시장 호황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 탓이다.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을 통해 진정은 될 텐데 문제는 이미 늘어난 부채의 관리다. 경기가 좋아진다고 이미 증가한 가계부채가 갑자기 없어지진 않는다. 가계부채 폭탄을 막는 방법은 장기로 연착륙시키는 수밖에 없다. 3년 후 원금을 다 갚으라는 모기지식의 대출이 아니라 미국처럼 장기분할상환으로 원리금을 함께 갚는 형태로 바꾸는 것이 부채 충격을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전 세계가 '3저 시대'라고 할 정도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미국은 구조조정을 비교적 잘 끝내고 독주하는 상황이다. 미국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자국보호주의로 가는 것이다. 미국과 세계 경제 간 균형이 맞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경기가 세계 평균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태에서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을 따라가기는 힘들 것이다.

▲염 위원=인위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면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긴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측면에서 장기적.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격적으로 나서기보다 방어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책당국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 최소한 더 나빠지지는 않게 관리해야 하는데 정부가 절대적인 양은 문제가 없다면서 안이하게 대처했다. 가능하면 경제성장 속도와 맞추는 방향으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춰야 한다.

▲오 전 원장=묘수는 없다고 본다. 한꺼번에 가계부채를 줄일 수는 없다. 올해 미국이 금리인상하면 자본유출이 발생해 우리도 금리인상 압력을 받을 것이다. 가계부채로 민간소비가 탄력받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경제에 짐이 될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재정확대와 감세를 내세운 트럼프의 경제정책 영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는 어떻게 보는가.

▲오 전 원장=일단 시간이 걸릴 것이다. 취임 후 공약이 정책화될 때까지 통상 4~6개월 정도 소요된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어떤 효과를 낼지 불확실성이 너무 많다. 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톤다운될 수 있다. 공화당의 가치는 '스몰 거버넌트(작은 정부)'다. 정부가 주도하는 인프라투자는 잘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감세정책을 먼저 해 소비를 증진시킬 가능성이 높다. 어느 정도 미국 경기가 회복되는 상황에서 감세로 인한 성장효과가 분명히 있겠지만 물가상승, 달러강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 여부 등이 다 맞물려 있어 지켜봐야 한다. 미국의 인프라투자가 활성화되면 우리나라의 대미수출뿐 아니라 선진국 수출도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신흥국 수출은 거꾸로 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개선돼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신흥국은 자본유출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된다. 우리나라의 주 수출시장은 신흥국인데, 어떤 효과가 더 클지는 봐야 한다. 그것과는 별개로 '트럼프노믹스'가 당초 공약대로 시행될지 아니면 변죽만 울릴지 불분명하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어떤 사건이 터지면 전 세계 금융.외환시장이 경직되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로 미치게 된다. 경제는 안정을 취하며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렇게 덜컹거리는 과정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트럼프가 보호무역주의, 한·미 FTA 재협상, TPP 폐기 등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치밀한 시나리오를 갖추고 대응해야 하지만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준비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 전 원장=미국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방위비 분담금을 올리자는 주장의 타깃이 한국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오히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가 더 많았다. 미국 내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든 거다. 정확한 평가를 하면 재협상 이야기가 나올 수 없다. 결과적으로 중국과 멕시코가 FTA 재협상 타깃이라고 본다. TPP도 지금은 폐기한다 하지만 폐기하는 순간 아시아지역의 패권이 중국에 일방적으로 넘어가게 된다. 과연 미국이 중국에 아시아를 넘겨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국이 표방하고 있는 것은 미국 경제를 계속해서 진작하겠다는 것이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겠다는 것도 경제 진작을 위한 선제적 조치 차원이다.

▲진 소장=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 몇 가지 변수가 있다. 공화당, 즉 의회와의 관계다. 트럼프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 자주 표출되는지도 봐야 한다. 아직 뭐라 말하긴 어려운 단계다. 경제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예측가능성인데 지금은 불확실성이 높아진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이 무역보복 수위를 높여 중국을 압박할 경우 양국이 경제보복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 전 원장=트럼프의 자국우선주의는 결국 미국 내 상황 때문이다. 미국의 무역적자 절반이 중국과 교역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대만 문제를 거론하고 45% 고관세를 물린다는 이야기를 중국에 던지는 거다. 트럼프가 막말하는 이미지이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탁월한 장사꾼이다. 때문에 장사꾼스러운 협상전략이 많다. 일단 외교적 수사로 엄청난 자극을 주고 반응을 보면서 수준을 조정한다. 처음부터 '보텀라인'(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략이 경제정책에는 먹힐 수 있다.

▲진 소장=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지위로 올라오고 있으니 본때를 보여줄 때가 왔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 인식이다. 만약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내 제품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물리면 미국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지 못해 물가가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시장 왜곡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미국이 시장 왜곡 현상을 견딜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중국과의 관계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미.중 간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이 1년가량 압박하다 스스로 그만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분간은 미국의 대중국 강경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지금 중국 경제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다.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자칫 전 세계 경기침체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