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국가적 리스크’로 한국경제 위기감 고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대내외 경제 불안 가중, 경제사령탑마저 ‘안갯속’

야권, 경제사령탑 협의 나설 움직임

유일호, 오늘 경제단체 만나 회의…전경련은 제외

조기 대선으로 내년 경제정책 방향 불투명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에 빠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경제 상황이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까지 결정되면서 위기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국가적 리스크’로 대내외 경제 불안이 가중되는데다, 경제사령탑도 힘있는 정책을 펴기 힘든 어정쩡한 상황이어서 탄핵 이후 위기관리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경제 위기관리를 해야 할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어떻게 정리될지 한달 이상 안갯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경제부총리로 지명해 혼선을 일으켰다. 9일 야권에선 경제부총리 임명 문제에 대한 협의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경제와 민생의 사령탑을 조속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유일호 부총리는 이미 현 정부에서부터 교체가 예정됐던 분이기 때문에 그 분 얘기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임종룡 내정자를 임명하는 것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탄핵 전엔 부총리 지명 철회를 주장했던 추 대표는 “임종룡 내정자가 합당한지는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유 부총리를 중심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나서고 있다. 유 부총리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간부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경제상황을 점검했다. 유 부총리는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오늘부터 관계기관 합동 비상경제대응반을 가동하고, 대외신인도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10일에도 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장을 만나 현안 점검회의를 갖는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제외됐다. 경제단체 임원은 “정부에서 아예 처음부터 참석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안다”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에 관련된 전경련을 부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탄핵 결정 뒤 긴급회의를 열어 “공직자는 국민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서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정책을 수행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도 현안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전직원에게 “어떠한 혼란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맡은 임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도 “탄핵과 상관없이 해오던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 챙기기에 나섰지만, 상황은 암울하다. 올해에 이어 내년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2.7%에서 2.4%로 낮췄다.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성장률이 2% 초반 수준(2.0∼2.3%)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대외 경제 변수도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13~1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게 기정사실로 된 터라 부담이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연준이 내년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신호를 줄 경우 가계부채가 1300조원대에 이르는 우리 경제에 끼치는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정치 환경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탄핵이 아니었어도 내년은 레임덕(권력누수)이 본격화하는 시기로 새로운 정책 추진이 힘든데, 이제는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대선까지 치러야 하는 모양새다. 당장 이달 중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해야 하는 기재부의 입장도 곤혹스러워졌다. 이를 발표해 봤자, 내년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 시점에선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그간 하던 사업을 관리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크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대통령 탄핵은 시장에서 이미 예측됐던 사안이기 때문에 불확실성 측면에서는 부결보다는 파장이 덜하다”고 짚었다. 다만 김 연구부장은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속에서 대통령 탄핵으로 경제 정책 이행이 지연되고, 내년 경제정책이 힘 있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소연 고나무 곽정수 송경화 기자 dandy@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페이스북] [카카오톡] [트위터]
▶ 지금 여기 [사설·칼럼] [만평] [박근혜 탄핵]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