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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경기불황 신음하는 빈곤층…하위 10% 소득 감소폭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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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올 3분기 1분위 가처분소득 16% 감소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

소득 줄어드니 빚만 늘어

내년 예산 경기 한파·복지 확대 미흡

정부 “하위계층 소득 감소 우리 경제에 부담”



월소득 하위 10% 이하인 빈곤층의 3분기 가처분소득이 2003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큰폭으로 감소했다. 경제성장 둔화로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졌으나 복지는 여전히 취약해 가뜩이나 벼랑 끝에 내몰린 극빈층의 고통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한겨레

5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3분기 소득 기준으로 10개 분위 중 1분위(하위 10%) 가구의 월평균 가처분소득은 71만7천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나 감소했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세금·연금·보험료 등을 뺀 것으로 의식주 생활을 위해 한 가구가 실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을 뜻한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이 낮은 계층일수록 많이 줄었다. 1분위 가구의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4∼10분위 구간은 모두 소득이 늘었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된 셈이다.

빈곤층의 소득 위축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2009년 1분기 14.2%가 줄어 지금까지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는데, 올 3분기에 이마저 뛰어넘은 것이다. 2009년엔 3분기(-10.2%)까지 휘청거리던 소득이 그해 4분기부터 조금씩 회복됐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에 소득이 4.8% 줄어들며 2년여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한 데 이어 2·3분기를 거치며 감소세가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1분위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것은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동시에 큰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1분위 근로소득은 올해 1·2분기 각각 약 16% 감소한 데 이어 3분기에는 25.8%나 뚝 떨어지며 사상 최대의 낙폭을 보였다. 사업소득은 같은 기간 16.8% 쪼그라들었다.

1분위 소득이 큰폭으로 줄어든 데는 임시·일용직 고용 사정 악화 문제가 주된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2분기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임시·일용직 일자리 수는 올해 1분기 7.8%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분기에도 6.5% 또 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1분위 가구 가처분소득의 급감은 일용직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소득이 ‘0’인 가구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주로 음식·숙박업 등 도소매업 중심으로 일용직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득이 줄다 보니 빚이 늘었다. 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층이 많이 이용하는 10개 저축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3분기 9조12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8%(2조9109억원)나 급증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생활자금을 충당하려는 가계나 사업자금을 빌리려는 자영업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빈곤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문제는 당장 저소득층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맞춤형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소득분배 개선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지만, 예산 규모와 현황을 살펴보면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내년 정부 예산은 올해(추가경정예산 기준)보다 고작 0.5% 증가했을 뿐이다. 경기 한파를 누그러뜨리고, 복지를 적정 수준 확대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이 100만명이 넘는 상황에서 내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대상자(127만명)는 올해(135만명)보다 오히려 8만명이 줄었다. 정부는 1인 가구가 증가한 탓이라고 하지만 최근 빈곤 문제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납득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하위계층의 소득이 계속 감소하는 것은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이다. 왜 하위계층 소득이 올라가지 않는지 일자리 양적 문제나 임금 인상, 외국인 고용, 복지 등 종합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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