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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성장절벽 한국경제]④잠재성장률 못미치는 '허약체질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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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내총생산(gdp) 갭이 몇년간 연속 마이너스(-)인 것은 장기 침체 초엽의 일본과 닮은 꼴이다.”

‘불황터널’의 저자 박상준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한국의 gdp갭이 2012년 이후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가진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를 최대한 활용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달성할 수 있는 gdp 증가율을 말한다.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생산능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으로 따지면 부모 등 유전적으로 볼 때 클 수 있는 키가 170㎝인데 실제 키는 165㎝까지만 자랐다는 얘기다. 생활습관이 불규칙적이고 운동이 부족해 클 수 있는 만큼 크지 못했다는 것.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잠재성장률로 추정한 gdp갭은 2012년 이후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특히 oecd 기준 지난해 -1%대로 그 폭이 더욱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은 일본이 장기 침체에 들어가던 시기와 닮아있다. 일본 역시 1990년대 초 부동산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지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가계는 지갑을 열지 않고 기업은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총수요가 부족해지자 정부가 대신 곳간을 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일본 gdp 갭은 마이너스에 머물고 있다.

문제는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 자체도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단순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면 총수요만 부진한 것이겠지만 잠재성장률 자체도 낮아진다는 것은 총공급도 동시에 나빠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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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생산능력을 어디까지로 보는지 관점이 달라 추정기관마다 다르긴 하다. 다만 imf는 이미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9%대로 하향한 것으로 추산된다. oecd는 아직 우리나라 내년 잠재성장률을 3.1%로 내놓았지만 그 수준이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잠재성장률이 2%대로 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총수요만 끌어올리려는 재정·통화정책보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이규성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외환위기 당시를 회고한 ‘코리안미러클’ 발간회에서 “단순히 소비·투자를 진작하는 경기대응적 대책만 가지고는 안되고 새로운 이념의 설정과 그에 따른 구조조정, 새로운 기술 도입 등이 같이 일어나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5~10년 후에도 잠재성장률 2%대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며 “재정·통화정책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자체를 키울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gdp갭

잠재 gdp와 실제 gdp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 실제 gdp에서 잠재 gdp를 뺀 다음 잠재 gdp로 나눈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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