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사망 감소세 속 한국만 급증…“살균제 아니면 설명 안돼”
1995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폐렴 사망자 7만명 중 29%인 2만명이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추가사망자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하대 사회의학교실 임종한 교수는 27일 오후 충남 천안 단국대학교 치과대학에서 열린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임 교수의 이 연구 결과는 환경부 산하 가습기살균제 폐손상조사위원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확대하기 위해 진행 중인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임 교수는 한국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이며, 환경부 가습기살균제 폐이외질환검토위원회의 ‘건강피해범위 확대를 질환 선정과 판정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연구 책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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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가 이날 발표자료에서 제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각국 사망률 자료를 보면, 2000~2014년 사이 미국, 일본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구 10만명당 폐렴 표준화사망률(연령대를 고려해 비교 가능하도록 보정한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낸 상황에서 유독 한국만 2000~2002년 기간만 줄고, 2003년 이후로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2002년 14.8명이었던 표준화사망률은 2013년 34.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이 가운데 15세 미만의 폐렴사망률은 꾸준히 떨어지다가 유독 가습기살균제 피해가 집중되었던 시기인 2010-2011년에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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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특히 0세에서 4세까지의 영유아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10~2011년에 갑자기 급증한 것은 가습기살균제가 아니면 설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살균제 성분이 인체로 들어오면 탐식세포인 마크로파지에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면서 염증을 이끌어내는 물질인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게 만드는데, 이것이 섬유화를 일으키는 세포를 자극하면 폐섬유화가 되고, 기관지에 침착되면 천식으로 가고, 면역세포인 티셀을 감소시키고 손상시키게 되면 염증에 취약하게 만들어 폐염으로 간다”며 “전국민의 20%가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됐다는 것을 전제로 건강보험공단 자료 등을 토대로 역학조사를 해본 결과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폐렴사망률이 29%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1995년부터 2011년까지 국내 폐렴사망자 7만여명 가운데 2만여명은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렴 피해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 임 교수는 “다른 요인으로는 나타나지 않는 질환만 보려고 했기 때문에 폐섬유화에 의한 폐손상에만 주목했던 것”이라며 가습기살균제 피해 판정 기준을 폐렴과 천식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폐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서 가장 흔히 나타난 질병이지만, 천식, 비염 등과 함께 대기오염이나 담배 등 다른 여러가지 요인에 의한 영향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라 판정기준에 포함되지 못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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