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단계 피해자들 안도의 한숨
3, 4단계 피해자가 지난 5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독성물질 정보를 읽으며 자신의 피해 증상과 비교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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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식을 앓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김모(32ㆍ피해 판정 4단계)씨는 천식의 피해 인정 가능성이 확인된 것을 두고 안도했다.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공식 피해자로 인정될 때까지 막연한 기다림에 한 줄기 빛이 들었다.
김씨네 가족은 2008년 11월 애경 가습기메이트를 구매한 뒤 1년 가까이 사용했다. 김씨와 두 자녀는 지금까지 천식을 비롯해 급성 부비동염(축농증) 등 호흡기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3, 4단계 피해자들은 1, 2단계 판정을 받은 사람들과 차별을 받으며 ‘가짜 피해자’라는 설움을 안고 살았는데, 이제라도 한(恨)을 풀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천식 외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5년 동안 옥시 제품을 쓴 뒤 간질성 폐질환과 피부병을 얻은 조모(58ㆍ4단계)씨는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오가며 수천 만원의 병원비가 들었지만 한 푼도 지원받지 못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쓰지도 않고 자기 몸을 볼모로 억지부리는 피해자가 어디 있겠는가.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질환도 빨리 피해가 인정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의 그간 활동이 외부 보여주기를 위한 구색 맞추기에 그쳤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은영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너나우리(3ㆍ4단계 피해자 모임) 대표는 “건강보험 의료기록 등을 취합해 분석했다면 다수 질환에 대해 유의미한 결과가 금새 나왔을 텐데 천식만 언급됐다는 점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폐 섬유화 피해 판정 때는 살균제 사용 전부터 지병이 있었다고 피해가 인정되지 않기도 했는데, 검토위가 제품 사용 전후의 병원 방문 및 투약 횟수 등을 따져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세밀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대표는 “주무부처라는 이유로 환경부 차원에서만 피해 인정 논의가 이뤄지면 시간이 더딜 수밖에 없다”며 “가습기 살균제의 잠재 피해자가 온 국민인 만큼 국무총리나 대통령 직속기구를 만들어서 범 정부 차원에서 사안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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