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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조선업 구조조정 골든타임 다 놓칠라..."정부, 결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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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이 곳곳에서 암초를 만나고 있다. 대우조선이 독자 생존하기 어렵다는 외국계 컨설팅 업체의 결과가 나온 데 이어 이번에는 ‘법률 리스크’가 떠오르고 있다. 상장폐지를 막기 위한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인 출자전환(빚의 주식 전환)에 수출입은행이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적법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수주절벽과 드릴십(이동선 원유시추선) 인도 지연 위험도 해결하지 못한 채 ‘현재 진행형’이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법정관리 배제’라는 기본 원칙부터 재검토하는 등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해야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기존 리스크에 법률리스크까지 ‘산 넘어 산’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대우조선 출자전환 참여의 적법성과 관련, 추가적인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수은 관계자는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몇 곳에 법률자문을 받았지만 의견이 엇갈려 추가로 법률 자문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앤장은 다른 곳과 달리 수은의 출자전환이 ‘법률에 따른 구조조정’(워크아웃, 회생절차)일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대우조선은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적용받는 워크아웃이나 통합도산법에 따른 회생절차를 밟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출자전환이 가능한 사례가 아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입장은 다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수출기업의 자금 지원 범위에서 판단하면 되는 사안”이라며 “수은은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에도 출자전환을 해왔다”고 말했다. 실제 수은은 자율협약중이던 성동조선과 대선조선에 각각 1조261억원과 52억원의 출자전환을 한 바 있다.

대우조선은 6월말 현재 총자본이 마이너스(-) 1조2284억원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연말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다음 달까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과 함께 감자를 포함해 출자전환 등 대우조선 자본확충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출자전환 ‘법률 리스크’까지 떠오르면서 대우조선의 자본확충 문제는 채권단 내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결단이 필요할 때

문제는 자본확충 논란은 대우조선이 넘어야 할 작은 리스크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수주전망이 모두 부정적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6월말 3조4500억원의 자구안에서 올해 수주액을 62억 달러로 가정했지만 현재 대우조선의 수주액은 13억 달러에 그쳤다. 여기에 대우조선은 컨설팅 결과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평가까지 받아 채권단 지원과 정상화 방안 이행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 기존에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대우조선해양의 드릴십을 인도하지 않고 있는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Sonangol) 문제도 여전하다. 지난 6월 5조3조0000억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은 자산 매각 등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행실적이 19%에 불과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의 지지부진한 구조조정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역할이 미흡한 만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대우조선의 살릴 수 있는 부분과 살릴 수 없는 부분을 나누고 주주, 채권단, 노동자와 손실을 각각 어떻게 분담할지 정해야 한다”며 “경제부총리가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명확히 못하면 대통령이라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법정관리 불가’라는 정부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내년에는 연말에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어 국정운영의 동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물류대란에 대처하지 못한 한진해운의 교훈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지금이라도 법정관리를 포함해 대우조선 구조조정의 전체적인 밑그림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대우조선의 법정관리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법원의 절차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회생절차를 생각했어야 한다면 지난해 10월에 그렇게 결정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용어설명 : 소난골(Sonangol)문제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은 2013년 대우조선에 발주한 드릴십(이동식 원유시추선)건조 프로젝트를 발주했다. 총 사업비 12억 달러(약 1조3300억원)로 이 중 20%는 선수금이며, 나머지 9억9000만 달러는 선박 인도 시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소난골은 무역보험공사(63%)와 노르웨이수출보증공사(GIEK)(37%)로부터 보증을 받아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으로부터 드릴십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GIEK가 투자 손실로 보증에서 발을 빼면서 자금 마련을 하지 못해 대우조선의 배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1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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