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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백남기 부검’ 대응 대화방에 ‘어? 경찰관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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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백 농민 부검 영장 대책 논의하던 대화방에

경찰관 번호 가진 사람 들어와

변호사 “정보통신망법 위반 가능성”

경찰 “우리 과에 그 번호 가진 사람 없어”



한겨레

경찰 정보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 발부 대책을 논의하는 청년정치단체의 메시전 대화방에 들어와 ‘사찰’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는 이 경찰관으로 보이는 이 사람이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법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30일 정치단체 ‘청년좌파’ 활동가인 용혜인(26)씨의 말을 들어보면, 청년좌파 소속 회원 90여명은 지난 28일 오후 5시께 법원이 백 농민의 부검 영장(압수수색검증 영장)을 발부하기 직전에 텔레그램 메신저로 대화방을 만들었다. 법원이 부검 영장을 발부할 경우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청년좌파 활동가들은 대화방을 만들고 인터넷주소(URL)을 회원들에게 전파했다. 회원들은 전달받은 주소를 누르면 대화방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주소를 전파하며 경찰관과 국정원 직원은 들어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도 명시했다.

대화방에서 회원들이 대책을 논의하던 중, 한 회원이 대화방에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회원의 휴대전화엔 지난 2014년 집회 현장에서 만난 경찰청 정보2과 소속 정보관의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 전화번호가 메신저와 연동되면서 대화창에 이 정보관의 이름이 뜬 것이었다. 다른 회원들에게는 ‘구름 하얀’이란 닉네임으로만 보였다.

이 회원으로부터 이같은 사실을 전달받은 박기홍 청년좌파 대표가 ‘구름 하얀’ 경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전화를 받아 “나는 그 경관이 아니고, 정보과 형사들이 공용으로 쓰는 전화다. 조카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다가 실수로 눌린 것 같다”고 답하고 신원을 밝히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고 용씨는 전했다.

이 남성은 자신의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회원인 것처럼 자연스레 대화에 참여하기도 했다. 28일 저녁 8시반께 법원에서 다음달 25일까지 유효 기간을 정해주고 부검 영장을 발부하자, 이 경관은 “한달... ㅡㅡ어쩌자고”라며 대화방에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영장 유효기간이 한달이란 것에 불만을 가진 표현이었는지, 아니면 부검 영장 발부에 반대하는 의미의 표현인지 불명확했다. 청년좌파 쪽에선 이 사람을 대화방에서 강제로 탈퇴시켰다. <한겨레>가 용씨에게 전달받은 전화번호로 이 경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없는 전화번호”라는 안내 멘트만 나왔다.

용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경찰임을 가장하고 회원으로 가입해 주소를 직접 받았는지, 아니면 회원을 통해 받았는지, 아니면 내 휴대전화를 감청해서 주소를 알았는지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부검영장 집행에 대응하려는 단체의 활동을 사찰해 정보를 빼내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대화방에 들어와서 단체 회원들의 신상을 파악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김종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경찰관이 명시적으로 대화방에 수사기관의 참여를 제한하였음에도 신원을 밝히지 않고 대화방에 들어와 타인들의 대화를 봤다. 이런 행위는 백 농민의 부검 국면과 관련한 단체의 활동 정보를 취득하려는 의도 아래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경관이 대화방에 들어와 대화를 본 것을 정보통신망법 제49조에서 금지하는 ‘타인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며,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면 ‘타인의 비밀을 누설하는 것’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경찰청 정보2과 관계자는 “관련 사항을 보고 받은 적이 없다. 우리 과에선 공용폰을 사용하는 직급은 계장 이상으로 팀원에게는 공용폰을 지급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 과에선 그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전화를 받은 사람이 거짓말을 했거나, 그 번호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상황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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