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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중형 유화업체들, 정부 구조조정 방침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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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품목 생산 많아 매출 감소 직격탄
대형업체는 느긋


석유화학 업계가 정부의 산업 구조조정 방안 발표를 앞두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대형 화학업체들에 비해 생산품목이 많지 않은 중형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일부 화학사 중 공급과잉으로 지목된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곳은 감산이 곧 공장 가동중단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9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컨설팅을 통해 공급과잉으로 지목한 4가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 11개사다. 정부는 이 화학사들에 생산을 줄이거나 다른 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공급과잉 품목은 테레프탈산(TPA), 폴리스티렌(PS), 부타디엔러버.스티렌부타디엔러버(BR.SBR), 폴리염화비닐(PVC) 등이다.

대형사인 LG화학은 이 중 PS, BR.SBR, PVC를 생산하고 있다. LG화학은 정부가 과잉공급 제품에 대해 사실상 즉각적인 감산을 요구하고 있는데도 큰 동요가 없다. 문제로 지목된 제품에 대해 경쟁력 강화 방안을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엘라스토머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설비에 투자를 계속해온 데다 공급과잉 품목으로 지정된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 않기 때문이다. PVC(연간 90만t)를 제외한 나머지는 생산량이 모두 연간 20만t 미만에 그친다.

롯데케미칼도 상황은 비슷하다. TPA가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3%가량인 데다 2014년 100t이던 생산량을 지금은 60만t으로 이미 줄여놨기 때문.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화학업체별로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금 잠깐 업황이 좋다고는 하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대비하는 게 옳은 판단"이라고 말했다.

중형사들은 대형사와 달리 정부의 구조조정 권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 단일품목만 생산하는 업체들은 감산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연결되는 데다 품목을 바꾸는 것도 하루이틀에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 등은 사실상 TPA 단일품목만 생산 중이다. 한화종합화학은 지난해 TPA 생산을 40만t 줄여 연간 160만t 정도의 생산력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 관계자는 "여기서 더 감산하게 되면 회사 입장에서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며 "어떤 방안이 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TPA 생산비중이 60%가량 되는 태광산업도 "현재 공장이 1개뿐이기 때문에 생산량은 줄일 수 있어도 설비 가동중단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대형 화학업체 관계자는 "지금 대형 화학사들이 범용 화학제품 시장에 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존 업체들만 감산시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당장에 설비 가동중단 등의 방안이 나올 것 같은데 품목을 전환하는 것도 쉽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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