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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정부·여당, 청년수당 저지 뒤엔 ‘박원순표 정책’ 견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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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복지부, 직권취소 처분 등 강경대응

서울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맞서

청년정책에 근본적 인식 차 드러내

야권 대선주자 박 시장에 견제 심리

새누리 “자칫 선거공약처럼 보여” 비판

전문가들 “청년정책 대선 쟁점 될 것”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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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청년활동지원사업)을 백지화시키기 위해 유례없는 강경책으로 총공세를 펴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수당 정책 자체만 놓고 보면 타협의 여지가 없지 않은데도, 점차 정치 쟁점으로 변질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복지부 직권취소…앞으로 어떻게 되나? 보건복지부는 4일 서울시의 청년수당 대상자 결정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전날 시정명령에 이어 직권취소를 단행함에 따라, 청년수당 사업은 이날부로 중단됐다. 복지부는 “청년수당 대상자 결정은 무효가 되며, 급여(활동비) 지급도 중단된다”며 “무효가 된 처분에 대한 활동지원금은 부당이득에 해당하므로, (지난 3일 서울시가) 이미 지급한 수당은 환수조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서울시는 다음주께 직권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대법원에 낼 예정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당장 청년활동비를 추가로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선발된 청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급한 첫달 활동비 14억원에 대해 서울시는 “대법원에서 패소하더라도 돈을 받은 청년들이나 서울시가 반환할 의무가 없고, 환수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의 이번 조처는 전례없는 강공책이다. 지방자치법에 근거 조항이 있지만, 복지부가 시정명령과 직권취소로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강제 중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서울시 쪽과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을 좁히는 협의를 이어오다 6월 중순 이후 사실상 협의 창구를 닫아버렸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사업을 백지화하는 데만 골몰해왔다. 애초 복지부는 청년수당 대상자 선정 모집 공고가 나기 전에 시정명령을 내려서 사업을 원천봉쇄할 방침이었으나, 법률자문을 거쳐 시정명령의 법적 효력이 더 확실하게 보장되는 대상자 발표 시점까지 기다리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게다가 지난해 말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중앙정부와 협의 안 된 사업(청년수당)에 쓴 경비를 교부세에서 깎는 장치도 마련했다.

복지부-서울시 ‘청년정책’ 근본적 인식 차이 정부 강공책의 배경에는 청년지원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차이가 깔려 있다. 청년수당은 주당 30시간 미만 근무자인 19~29살 청년 3천명에게 역량강화와 진로모색을 위해 6개월간 월 50만원씩의 활동비를 주는 사업이다. 복지부는 “근로능력이 있는 청년에게 구직활동을 벗어난 개인 활동까지 무분별하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취업 때 자기소개서에 기입할 수 있는 모든 구직활동을 인정한다고 한 대목을 문제삼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요리사를 희망하는 청년이 요리학원을 다니는 것은 인정하지만, 맛집 탐방비를 달라고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 쪽은 “복지부가 청년의 구직 현실이 어떤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취업을 위해 들어가는 학습비용과 생활비용 등을 온전히 구직자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현실에서, 기존 청년고용대책처럼 일부 제한된 직무의 학원비 정도만 인정해서는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또 청년수당 사업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아예 구직을 포기해버린 ‘청년 니트족’(일을 안 하면서 교육이나 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의 사회참여를 촉진하는 취지도 담겨 있다는 게 서울시 쪽 설명이다.

정치쟁점화되면서 갈등 키워 하지만 이런 인식 차이만으로 갈등이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시는 복지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취업 등 진로모색과 연계성이 없는 단순한 사회참여 활동을 배제하기로 했고, 지원 대상자 선정 기준도 저소득층, 장기 실업자가 우선 선발될 수 있도록 제도를 다듬어왔다. 또 이번 청년수당 사업은 예산 규모가 총 90억원 정도로 시범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업 지속 여부를 추후 논의해도 되는 상황이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존 정부의 청년고용촉진 대책과 큰 틀에서 유사하되, 다만 청년수당 사업이 좀더 유연하게 운영하는 수준이어서 정부가 이렇게까지 극구 반대할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며 “청년정책이 내년 대선 쟁점 중의 하나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책 선점을 위한 여야 간 경쟁이 시작된 구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갈등의 이면에는 야권의 대선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견제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벌어진 여야 공방은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김상훈 새누리당 의원은 “자칫 선거공약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이런 식의 예산 편성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김순례 의원(새누리당)도 “공짜 정책이 자리잡게 되면 앞으로 미혼모 수당, 소년수당, 장년수당 등도 생기는 것 아니냐”며 청년수당을 선심성 정책으로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느 순간 정치적 문제로 변질되어서, 청와대와 복지부가 입이라도 맞춘 듯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댔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도 “누군가가 (이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따졌다.

새누리당은 4일에도 “서울시 청년수당은 박원순 시장의 표(票)퓰리즘인가”라는 논평을 내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박원순 시장은 앞서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 방송을 통해 “복지부가 청년수당을 수용하기로 했는데 외부에서 그것을 뒤집도록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외부가 청와대인지, 국정원인지 밝혀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황보연 최우리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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