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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삐끗한 허리, 참다간 꼬부랑 할머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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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양중 종합병원]허리통증과 척추

극심한 허리통증 척추뼈 골절 가능성

골다공증 탓…여성환자 많아

심하면 재채기만 해도 골절돼

젊은 남성도 외부 충격으로 생겨

꼬부랑 할머니가 많았던 까닭?

통증 참고 일하다 허리 주저앉을 수도

2주 보조기 치료 권장…효과 좋아

통증 지속되면 국소마취 간편 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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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뼈 골절이 의심되는 환자의 진단을 위해 척추뼈를 눌러 통증이 생기는지 검사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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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하다가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는데, 앉아 있을 때는 물론 기침만 해도 허리가 아프더라고요. 제가 평소 건강에는 자신이 있기도 했고, 주변에서도 ‘파스 붙이고 며칠 쉬어라’라고 말해 병원에도 안 갔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심해지는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병원에 갔죠.”

지난 1월 등산을 하다가 넘어진 후배인 임아무개(38)씨의 사례인데요. 그 후배는 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평소 등산을 비롯해 갖가지 운동을 즐기는 후배입니다. 키는 170㎝가 조금 안 되지만 몸무게는 60㎏대 초반으로 아주 날렵합니다. 등산을 다닐 때는 20~30㎏ 되는 배낭을 짊어지고 이틀이나 사흘 동안 지리산 종주를 다녀오기도 합니다. 이런 친구가 허리가 아프다고 연락이 오니, 저도 대수롭지 않게 “너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무리해서 등산을 해서 그렇지. 그냥 잘 쉬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하루 뒤 또다시 전화가 와 기침만 해도 허리가 아프고, 누워 있을 때 빼놓고는 허리 통증이 심해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그때야 산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허리 쪽이 ‘삐끗했다’고 얘기하더군요.

허리의 통증이 다리 쪽으로 뻗치지 않고 대소변을 보는 데도 장애가 없다고 해서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파열돼 생기는 소위 ‘디스크’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봤습니다. 또 ‘삐끗했다’는 말에 척추 근처에 있으면서 척추뼈를 받쳐주는 근육이나 척추뼈를 서로 연결하면서 지지해주는 인대에 가벼운 부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가까운 병원에서 진통소염제 등을 처방받으라고 조언한 뒤 증상이 더 심해지면 또 연락을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병원을 다녀온 후배가, 의사가 엠아르아이(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권해 검사를 받았으며 그 결과 척추뼈 골절로 진단됐다는 것이었습니다. 허리 쪽 척추 두 번째 뼈에 금이 생긴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배는 “의사가 절 칭찬하더군요. 많이 아팠을 텐데 어떻게 참았냐고요”라며 비꼬는 투로 말했습니다. 나보고 ‘역시 돌팔이 의사’라고 비판하고 싶었는데, 참는 눈치였습니다. 그 후배가 심한 통증을 꾹 참았을 생각을 하니 미안하기도 하고, 평소 그렇게 운동도 많이 하고 건강하던 30대 후반 남성이 척추뼈 골절이라니 놀랍기도 했습니다.

애써 안심시키는 뜻으로 “그래도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라거나 이런 말은 하지 않았지? 내가 말한 것처럼 진통소염제 뭐 이런 것 처방했을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병원에서는 그 후배에게 허리 쪽에 보조기를 착용하라고 하고 진통소염제를 처방했다 했습니다. 척추뼈가 심하게 골절돼 내려앉은 것도 아니고, 평소 많은 운동으로 뼈의 밀도가 튼튼해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허리를 받쳐주는 보조기를 차고 통증이 심할 때는 진통소염제로 통증을 다스리던 그 후배는 일주일쯤 지나 허리 통증은 거의 없어졌고, 한 달 뒤부터는 운동도 다시 하고 있습니다. 요즘도 등산을 같이 가자고 연락이 옵니다. “등산하다가 허리 나갈 뻔한 사람이 또 등산 타령이냐”고 면박을 주기도 하지만, 이 후배는 예전과 달리 허리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습니다. 등산을 다닐 때도 과거보다는 배낭 무게를 조금 줄였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척추뼈가 배낭의 무게 압력을 받아 주저앉거나 금이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고 했습니다. 또 척추뼈 골절로 진단된 뒤 병원에서 가르쳐준 허리 건강 체조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줌마들만 하는 줄 알았던 ‘고양이 자세’ 같은 척추 건강에 좋다는 체조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20~30분씩 하는데, 복근도 생기고 허리 힘도 세지는 것 같고 해서 좋더라고요. 등산도 오래 하려면 허리 건강이 최고니까요.”

이 후배가 앓았던 ‘척추뼈 골절’은 척추뼈가 상하로 누르는 힘을 받아 금이 가거나 척추뼈가 주저앉아 높이가 낮아진 것을 말합니다. 가장 흔한 원인은 뼈가 약해지는 것인데요. 골다공증처럼 뼈의 주요 성분이 빠져나가면서 뼈의 밀도가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외부 충격을 받으면 뼈가 주저앉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은 50·60대에, 남성은 이보다 나이가 많은 60·70대에 주로 걸립니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에는 재채기를 할 때도 이 골절이 생기기도 합니다. 물론 젊은 사람들도 외부 충격으로 척추뼈에 금이 가기도 합니다.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척추뼈 골절은 압박골절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척추뼈가 위아래로 누르는 힘을 받아 금이 가거나 주저앉기 때문이죠. 가장 흔한 원인은 골다공증인데, 이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외부 충격을 받지도 않은 상태, 즉 아무 일 없이도 골절이 생길 수 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재환 교수의 설명대로 실제 척추뼈 골절 환자는 골다공증이 심한 50·60대 여성 환자가 많습니다. 옛날에는 척추뼈 골절이 생겨 허리 통증이 심해도 참고 농사일을 하는 여성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른바 ‘꼬부랑 할머니’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척추뼈가 주저앉아 아프지만 참고 일하면서 결국에는 지팡이를 짚어야 할 정도로 허리가 앞으로 휘게 된 것이죠. 물론 척추뼈가 주저앉다 보니 키도 작아지고요. 그래도 꼬부랑 할머니가 나오는 동요 가사처럼 ‘열두 개나 되는 고개를 넘어’갈 정도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은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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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방사선 사진의 화살표 부분의 척추뼈가 골절이 돼 주저앉은 모습. 오른쪽 사진은 주저앉은 척추뼈에 뼈와 같은 시멘트를 넣어 치료한 모습. 이 시술 뒤 환자의 허리 통증은 호전됐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지난 4월쯤에 업무차 알고 있는 이아무개씨로부터 어머니가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데, 어디를 가야 하느냐며 급하게 연락이 왔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60대 중반으로 넘어지지도 않고 크게 충격받은 일도 없었는데 심한 허리 통증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10여년 전부터 허리디스크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수술 대신 물리치료나 진통소염제 등 보조요법을 받아오고 있었는데요. 이씨는 “어머니의 디스크 질환이 도져서 통증이 매우 심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디스크 질환으로 물리치료를 받던 병원에 가보기를 권한 다음, 다리 등으로 통증이 뻗치거나 대소변에 장애가 생기면, 즉 튀어나오거나 파열된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는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다녀왔는데, 이씨의 어머니 역시 엠아르아이 검사 결과 척추뼈 골절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필요한 단계는 아니지만, 입원해서 일주일가량 침상에서 누워 있으면서 보조기를 착용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어나거나 앉을 때 척추뼈가 압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씨는 “이제 4살 된 어린 자녀 한 명을 어머니가 돌보고 있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 돌봐주셨는데,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는 물론 거의 20㎏이 됐을 때도 업어주곤 하셨다. 이 때문에 압력을 받아 골절이 생긴 것 같다”며 괴로워했습니다. 이씨는 손자를 돌보는 조부모의 경우 허리 또는 무릎 등 각종 관절의 퇴행성 질환이 심해지고 대신 정신적인 우울감 등은 덜하다는 내용의 기사도 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디스크가 있었으면서도 하나밖에 없는 손자라며 이씨 아이를 돌봐준다고 자처했던 모양입니다. 이씨는 “당장 큰 병원을 찾아 종합검진이라도 받게 해야겠다”며 “어디를 가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왔습니다. 일단은 잘 쉬시게 하면서 허리 통증을 다스리고, 골다공증 등 척추뼈 골절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인부터 확인하는 검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의 어머니는 디스크 질환이 생긴 뒤부터 집 주변 운동장이나 하천의 산책길을 걷는 운동을 거의 매일 30분~1시간 동안 하고 있었습니다. 무릎 관절이 아픈 적도 없어서 뼈가 약해졌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골다공증 검사를 받아본 결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뼈의 밀도가 약해져 있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병원의 의사는 골다공증에 대한 약을 처방하면서, 평소 칼슘이 많이 든 음식을 챙겨 먹을 것을 권장했습니다. 또 비타민D도 챙겨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일주일가량 입원한 뒤 퇴원하셨고, 두 달 넘게 지난 요즘에는 어머니의 허리 통증이 거의 없어졌어요. 그런데 뼈 밀도 검사를 다시 했는데, 골다공증은 그리 나아지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요즘도 아이를 계속 돌보겠다고 하셔서 말리느라 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임씨와 이씨의 어머니 둘 다 척추뼈의 골절이 생겼지만 수술이나 시술을 받을 필요는 없었고, 보조기 착용 등으로 허리 통증이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환자가 이들의 사례처럼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강성식 분당서울대병원 척추센터 교수는 “척추뼈에 골절이 생겼다고 해도 보조기를 차고 걸어다닐 수 있다면 수술이나 시술 없이도 잘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보조기를 차고 2~3주가 지나도 아파서 제대로 앉거나 서 있을 수도 없다면 시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는 논문집에도 실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부러진 척추뼈에 뼈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멘트를 넣어서 통증을 줄여주는 시술은 국소 마취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널리 시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환자들 입장에서는 시술이나 수술이 두렵기 때문에 꼭 필요한지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강성식 교수에게 진료를 받는 많은 환자들이나 그들의 보호자들은 “선생님의 부모님이라면 어떻게 치료하시겠느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저의 어머니는 총 4번이나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뼈 골절을 겪었습니다. 이 가운데 3번은 보조기만 차고 보존적 치료를 했고, 1번은 시술을 받았습니다.” 허리 통증 하면 척추 디스크 질환을 먼저 떠올리기 쉬운데, 몸의 중심축인 척추뼈에 골절이 생기거나 금이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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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운동치료사가 척추질환 환자에게 재활치료의 일환으로 허리 부분을 바닥에 대고 배에 힘을 줘서 허리가 바닥에서 뜨지 않게 만든 다음 팔과 다리를 교대로 올리고 내리면서 허리와 배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지도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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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힘을 줘 허리 부분을 바닥에서 뜨지 않게 누운 다음 한쪽 다리를 직각으로 올리고 반대 쪽 팔을 뻗어 손으로 무릎을 잡은 뒤 손과 무릎을 서로 밀어내는 느낌으로 힘을 상태를 5~10초 동안 유지한다. 반대쪽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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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와 어깨, 골반이 일직선상에 있도록 옆으로 누운 뒤 한쪽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위로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을 5~10번 정도 반복한다. 반대쪽도 같은 요령으로 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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