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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KBS 보도 통제…청 “본연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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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파문 거세지자

이원종 비서실장 “홍보수석의 통상적 업무 협조 요청”

야당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 진상규명 청문회 추진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74)은 1일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해경 비판보도를 하지 말라고 한 데 대해 “홍보수석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협조를 구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보수석으로서 통상적인 업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 관련기사 3면

최고권력기관인 청와대 수석이 공영방송 보도에 대해 통제·압력을 가한 구체적 정황을 두고 ‘본연의 임무’를 한 것이어서 ‘문제없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보도 압력을 ‘업무 협조’로 축소·왜곡한 것이기도 하다.

이 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전 수석의 ‘보도 통제’ 의혹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사과 표명 요구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언론통제’라는 지적에 “지금 우리나라 언론이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느냐”고 반문했다.

이 전 수석도 기자들과 만나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언론사에 협조를 구하고, 국가 위기나 위난 상황 때 언론과의 협조를 통해 그걸 함께 극복하려는 것이 홍보수석 역할이라고 생각했고 그때 그것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과 달리 이 전 수석의 ‘협조 요청’이 결국은 KBS에 대한 압력과 통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다시 녹음해 만들어 달라”며 편집권에까지 개입했다. “대통령님이 오늘 KBS를 봤으니, 내용을 바꿔 달라”며 대통령을 거론하기도 했다.

집권 2년차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까지 언급하며 보도하지 말라고 한 것은 ‘통상적 업무 협조 요청’이 아니라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김시곤 전 국장 비망록에는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 보도를 축소하고 국정원 댓글 작업 리포트를 방송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정황도 나온다.

청와대는 ‘보도 통제’ 의혹을 축소하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이 이번 파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나눈 대화”라며 “우리가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개인 간 문제로 돌리며 청와대 책임론에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허현준 행정관의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지시 의혹에 “개인의 말에 대해 답할 게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배경이 된 개인정보 불법열람 등 대형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 수석이 대통령까지 거론하며 공영방송 보도책임자에게 ‘보도 협조’를 요청한 것은 개인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뉴스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나아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강력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와 “방송법에 방송 내용과 편성에 개입을 못하게 돼 있다”며 “검찰이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등은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공영방송 길들이기 시도에 대한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기 위해 청문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진우·김한솔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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