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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복마전 산업은행 이대로는 안된다③]산은, 독립성 지닌 구조조정 중심기관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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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민영화 로 산업은행 정체성에 혼란"

기간산업 지원 기관으로 출발한 산은
독립성 갖춘 구조조정 전문 기관으로

【서울=뉴시스】정필재 기자 = 산업은행의 독립성을 갖춘 구조조정 중심 기관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온갖 비리와 문제들의 집합체처럼 비쳐지면서 구조조정을 이끌 자격조차 없는 국책은행으로 여겨지지만, 산은 만큼 구조조정 노하우를 지닌 곳이 국내에선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래저래 미운 털이 박혀 있고 부족한 게 한 둘이 아니지만, 잘 다듬고 고쳐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현실론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구조조정실패와 방만한 경영, 모럴해저드, 각종 낙하산 인사까지 겹친 복마전 산은이 역설적으로 가장 확실한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산은은 민영화 등을 추진하면서 정체성에 혼란이 많았다"며 "분명히 정책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은은 개발시대인 1954년 탄생해 우리나라 기간산업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곳이다. 1950년대 전쟁으로 파괴된 산업시설의 복구는 물론 전력 및 석탄 등 기반산업 시설 증강을 위해 재정자금을 공급했다.

1960년대 이후 기초에너지산업과 철강, 조선, 기계 등 중화학공업의 개발·설비금융을 지원했고 1980년대 자동차와 전자산업을 뒷받침한 장기설비금융으로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1990년대 경제개방화에 맞춰 기업금융을 확대했다.

하지만 뉴노멀 시기를 맞은 만큼 과거 본연의 역할보다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산은이 1990년대 후반부터 구조조정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업금융과 구조조정을 종합한 전문 금융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은은 외환위기 때 국내 산업 구조조정을 이끌었으며 2003년 주채권은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LG카드 매각을 떠안아 성공시켰다.

그 외에도 대우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하이닉스, 팬오션 등도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매각에 성공하며 입지를 다졌다.

임 위원장은 "산은은 우리나라에서 구조조정 경험이 가장 많고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구조조정 전문 집단"이라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특별기구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구조조정과 기업금융 전문기관으로의 재편에 앞서 독립성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은 스스로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외풍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은은 구조조정이나 매각, 기업 지원 등의 이슈에서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대우증권 매각의 경우 산은은 적절한 시기를 보고있다고 발표했지만 곧바로 금융위가 2015년 중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하며 추진되기도 했다.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지원 결정을 산은에서 내린 것이 아닌 정치권에서 확정했다는 이야기도 떠돌기도 한다.

또 역대 회장 가운데 산은 내부 출신은 없었고 모두 외부 인사가 수장의 자리를 차지했다.

산은 한 인사는 "산은 출신이 회장자리에 오를 경우 정치적 외풍을 막아줄 수 없다"며 "힘있는 외부인사가 와서 산은이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산은 관계자는 "구조조정의 전문가들이라도 위에서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라며 "홍기택 전 회장의 인터뷰도 이런 답답함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국의 산은은 시장의 논리보다 정치적 이슈에 따라 움직이는 특이한 집단"이라며 "독립성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rus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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