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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저금리ㆍ부실처리 ‘엎친 데 덮친’ 은행…구조조정 발목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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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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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9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1.25%로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들의 수익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으로 부실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추가 실적 악화가 예상돼 은행들이 신규 자금 지원 등을 통한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1.55%로 역대 최저치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실적의 핵심인 이 지표는 계속해서 떨어지는 추세다. 은행 이익의 80% 이상은 이자 이익이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크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 더 축소되면 순이자마진은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유진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은행권 이자 이익이 올해 3분기 862억원, 4분기 527억원 등 하반기 1,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한 차례 더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구조조정이라는 ‘이중고’ 맞았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은행들은 충당금을 쌓아 처리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에 대한 은행권 여신은 50조원이 넘는다. 국내 은행들은 조선사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채권 등급을 낮춰 충당금을 쌓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달 초 신한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을 ‘요주의’로 한 단계 낮췄다. 정상 분류 여신은 충당금을 거의 쌓지 않아도 되지만, 요주의는 대출 자산의 7∼19%, 고정은 20∼49%, 회수 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100%를 쌓아야 한다. 은행들의 충당금 설정은 올해 2분기에 집중될 것이며, 이는 올해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6조원에서 지난해 3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로 추가 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신규 자금 지원 등에 적극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이 나섰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9일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소집한 자리에서 조선사 구조조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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