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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11조 펀드' 산은·수은 구조조정 실탄으로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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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장관회의]수은, 정부+산은 1.5조 현물출자로 BIS 비율 1.2%p↑]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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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은행과 함께 11조원 한도의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구조조정 대비 자본을 확충키로 했다. 11조원의 펀드 규모는 '대우조선 여신에 20%의 충당금을 쌓고 중소조선사에 100%의 충당금을 쌓는' 상황에서 필요한 자본의 3배 가량이다. 당장 구조조정 실탄 마련에는 충분한 버퍼가 있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후 발표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조선·해운업을 비롯, 철강·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별 영향을 분석한 결과 산은과 수은에 총 5∼8조원 수준의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산은과 수은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을 각각 13%, 10.5%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정부는 한은과 11조원 규모의 펀드(SPC)를 만들어 캐피탈 콜 방식, 즉 필요할 때마다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실탄을 제공한다. 산은·수은이 발행하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를 펀드가 매입하는 방식으로다. 현재 산은은 코코본드 발행 한도 10조원 중 2조1000억원을 발행해 7조9000억원만큼을 더 발행할 수 있다. 코코본드를 발행한적 없는 수은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정관을 개정해 발행 한도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펀드 규모는 당장은 충분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빅3 중 한 곳인 대우조선해양 여신에 20%의 충당금을 쌓고, 수은이 2조 이상 여신을 제공한 성동조선해양에 100%의 충당금을 쌓는 가시적인 상황 중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도 마련된 펀드의 3분의 1 정도만이 소요돼 당장 구조조정을 위한 자금조달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은이 대우조선에 내준 여신액 9조2712억원 중 20%를 충당금으로 쌓는다면 1조4000억원의 이익잉여금이 감소한다. 또 수은은 현재 자율협약(채권은행 공동관리) 중인 성동조선의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하고 있는데 수은이 성동조선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지금까지 약 20% 적립했다고 가정하면 충당금 비중을 여신 전액(100%)으로 늘릴 때 자본금이 1조4000억이 감소한다. 약3조8000억원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셈이다.

산은이 대우조선에 제공한 여신액은 6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는데, 이 중 20%(1조2600억원)를 충당금으로 쌓는다면 법인세 효과(25%)를 제외한 9450억원 만큼 이익잉여금이 줄어든다. 단 산은은 1분기 말 BIS 비율이 14. 34%로 정부 마지노선(13%) 대비 여유가 있어 당장 펀드를 이용해야 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예상된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당장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게 아닌만큼 11조원 규모는 현재로선 충분하다고 본다"며 "코코본드를 통한 자본확충은 시장에서 할수도, 자본확충펀드를 통해서 할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수은엔 정부가 1조원을 별도로 현물출자해 11%대의 자본비율 달성이 가능해졌다. 수은은 최근 산은으로부터 5000억원을 현물출자 받고 정부로부터 올해 중 1조원의 현물출자를 받기로 했다. 수은의 올 1분기 말 기준 BIS 비율은 9.89%인데, 일단 1조5000억원을 수혈 받으면 당장 BIS비율을 1.2%포인트(p) 끌어올려 11%대로 높일 수 있다.

다만 올해말까지 수은의 위험가중자산이 지난해(15조1841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달러 자산이 대부분인 수은에 환율 상황이 불리(원화 약세 시 BIS 비율 하락)하게 움직인다면 구조조정 진행 상황과 상관없이 수은이 10.5%의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추가 자본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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