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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자본의 배분 및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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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우 V&S자산운용 부대표]

머니투데이

해외투자자 및 경제학자들이 한국 시장을 처음 접하고 하는 공통적인 이야기가 한국 시장의 양극화 및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문제이다.

우선 양극화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는 몇몇 재벌 또는 대기업과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 제조업 대비 낙후한 서비스업 간의 양극화, 소비의 양극화 그리고 경직된 정규직과 제대로 설 자리가 없는 일용직으로 구분되는 노동 시장의 양극화 등을 논한다. 이 모든 문제들은 비효율적인 자본 배분의 결과이며 급속히 노후화 되는 인구 구성과 맞물려 전체 경제의 성장성과 생산성을 저하시켜 궁극적으로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를 극복하고 다음 세대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창조적 파괴를 통한 보다 역동적인 자본의 배분 및 재투자가 시급한데 지금의 정치 논리에 근거한 자본의 배분은 아무런 역할을 못하고 있기에 아쉬움은 더욱 증폭된다. 여기서 자본의 배분은 투하되는 자본에 대한 효익을 근거로 하는 엄정한 투자 집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퍼주기식 단순 분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 가정을 예로 들면, 가장이 벌어들인 수입을 어떻게 지출하느냐가 그 가정의 경제적 자립과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으로서 어느 항목에 얼마를 투자해서 전체 구성원들에게 최고의 효익을 줄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자본 배분의 중요성은 가정에서 시작해서, 기업, 그리고 국가 차원으로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저평가 요소 중에는 이러한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이 큰 요인 중에 하나다. 일례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골프장을 매입하는 식의 잘못된 자본 배분을 지적하고 싶다.

마찬가지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많은 발전·육성 계획 중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투여된 자본 대비 일정 수준 이상의 효과를 낸 것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북아 금융허브 건설은 용두사미가 된지 오래이고 몇 년간 초등학생들의 영어 실력 향상을 위해 추진한 경기 영어 마을이 그러 했으며 그 이외에도 수많은 구호성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 효과를 본 것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소위 자본 비용을 고려한 투여자본수익률이라는 엄정한 잣대를 들이 대면 모두 낙제 점수이고 투하자본의 가치를 오히려 파괴시키는 투자로 평가되어 마땅하다.

2008년 글로벌경제위기 당시 해외에서 투자업에 근무하던 필자는 한국에서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구조조정, 예를들어 저축은행, 건설업, 조선업 등의 구조조정이 없이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만을 통해 무사안일하게 대처하는 정부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이 있다. 그때 고치지 못하고 덮었던 문제들이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조선·해운업의 구조 조정의 모습이다.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이러한 구조적인 비효율성의 문제를 답습 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은 여러 나라들을 타산지석 삼아 투자된 자본 대비 수익성이 없는 산업은 과감히 축소하고 보다 역동적인 성장을 창출 할 수 있는 분야에 자본이 재투자 될 수 있는 체계적인 정부의 재정적 지출 및 지원 제도의 도입이 시급하다. 지금 이러한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세대에서는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기에 사회 구성원 모두의 냉정한 판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다.

조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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