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조선산업 구조조정 핵심은 '원가절감' 아닌 '경쟁력 제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획/구조조정 새판 짜자/②-2 생존의 해법]경쟁력 없는 무분별한 '인력감축' '자산매각'은 한계]

머니투데이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조선업계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조선 빅3 업체들의 자구안이 대부분 '버티기'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유출을 최소화하고, 선박 발주가 살아나는 시기까지 역량을 보존하며,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대책이 부족하다2 뜻이다.

1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주채권은행에 제출한 자구안은 모두 인원 감축, 비핵심자산 매각, 생산능력 축소, 비조선계열사 분리 등의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겼다. 대우조선해양이 이번 주 안에 제출할 추가 자구안 내용 역시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지난해 제출한 첫 번째 자구안과 비슷한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비용 절감, 그 이후를 바라봐야

업계에 따르면 조선 빅3는 최대 9조원 규모 자구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이 추가 자구안 포함 총 4조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3조5000억원, 삼성중공업 1조5000억원 수준이다.

빅3의 지난 2년간 누적 손실 역시 10조원이 넘는다. 저가 수주 근절 및 건강한 신규 수주 확보 방안 없는 비용 절감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구안 계획대로 이행되더라도, 끊임없이 손실이 발생하는 근본적 상황 개선 없이는 위기를 지연시킬 뿐이라는 지적이다.

빅3 업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열쇠를 쥐고 있다보니, 조선업체들 역시 금융권 익스포져를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을 중심에 둔 자구안을 낼 수밖에 없다"며 "비용 절감에 그치지 않고, 이후 선박 발주가 살아나는 시기에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올해부터 국제해사기구(IMO)가 발효한 환경규제 '티어3'에 따라 친환경 에코십 수요가 늘어날 전망인데, 이 기준을 충족하는 초대형 선박은 빅3만 건조 가능하다"며 "수주 가뭄 속에서도 빅3가 마구잡이식 저가 수주에 나서지 않고,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해 체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당국의 정책 유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기술력 유출 방지 및 신규기술 확보 주력 필요

조선 빅3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어날 기술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도 많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현재 당국 일부에서 논의하는 대로 대우조선해양을 죽이거나, 빅3의 공급 능력 하향 및 인력 퇴출을 가정하면 설계·연구개발 인력들이 갈 곳이 중국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중국 정부가 자국 조선소 대형화를 시도하며 한국 기술 인력이 가세한다면, 강력한 경쟁상대만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손실 주범으로 꼽힌 해양플랜트 공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무형 자산'으로 볼 필요성도 제기됐다. 향후 유가가 오르고 해양공사 발주 시장이 살아날 경우, 가장 경험이 풍부한 조선 빅3만 적정한 원가 계산 및 인력 투입을 통해 수익성 높은 건조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자국 선박 발주 물량으로 연명하는 중국, 일본 조선업체들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정책적인 발주를 통해 기술인력을 보존함과 동시에 신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한국판 뉴딜'이 필요하다. 아직 국내 업체들이 건조 경험이 없는 크루즈선 시장 등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 축적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조선 관련 학계 관계자는 "단순히 비용 줄여 살아남는 기간만 늘리기보다는, 최근 시장이 급성장 중인 크루즈선 건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연안 여객선 발주 등을 정부에서 적극 추진하며 국내 업체를 키워줘야 한다"며 "미래 경쟁력 확보 방안 없는 다운사이징 구조조정은 조선 빅3 모두를 연명에 급급한 좀비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우영 기자 you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