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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컨트롤타워 부재·책임회피 방치땐 한국 경제의 생존, 보장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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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보-보수 학자들 ‘구조조정 해법’ 공동선언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과 각각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보수와 진보 진영 학자들이 공동으로 20대 국회 출범일에 맞춰 한국 경제의 당면 과제인 부실 기업 구조조정의 원칙과 과제를 제시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광두 서강대 명예교수, 김병준 국민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 이원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는 30일 ‘구조조정 새 해법을 찾아야 한다-현 상황을 우려하는 지식인들의 고언’이라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국 사회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특히 최근 부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표출된 경제 정책의 컨트롤타워 부재 및 관료들의 책임 회피 성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한국 경제의 생존조차 보장할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지식인들은 구조조정의 새로운 해법과 관련해 네 가지 원칙과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로 정부는 근시안적 시각에서 눈앞의 문제만을 미봉하는 태도를 버리고, 경제 현실을 엄정하게 진단하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수립 및 집행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조속히 세울 것을 촉구했다. 또 컨트롤타워는 밀실에 숨어서는 안 되며, 국회와 협의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통로를 구축해야 하며, 궁극적 책임의 주체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인들은 둘째로 부실에 책임이 있는 주체에 대해 응분의 법률적 책임을 묻고 합당한 자구 노력을 요구하는 법제도와 관행이 확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적 책임의 대상으로는 해당 부실 기업 대주주 및 경영진은 물론 국책은행과 청와대 및 관련 정부부처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노동자 해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노력하되, 노동조합 역시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 삭감 등의 자구 노력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식인들은 셋째로 구조조정 비용은 이해관계자들이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필요할 경우 재정(추경 편성 및 증세), 공적자금(정부보증채권 발행), 양적완화(중앙은행 발권력 동원) 등 다양한 비상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자금을 조성 및 투입하는 경우에는 ‘최소 비용의 원칙’과 ‘공평한 손실 분담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돼야 하며, 이는 국회의 권한이자 책무라고 강조했다.

지식인들은 넷째로 한국 경제의 침체 및 국제 경쟁력 약화를 감안할 때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좁은 의미의 재무적 관점에 국한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국제가치사슬의 변화 및 4차 산업혁명의 진전 등을 고려한 산업구조 재편을 추구해야 하고, 구조조정의 고통을 완충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비하는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 국가 발전 비전으로 승화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기득권과 진영 논리에 집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하며 정부나 정치권이 이를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와 인연이 깊은 보수와 진보 진영의 학자들이 함께 시국 관련 공동선언을 한 것은 드문 일이다. 김광두 명예교수는 2012년 대선 당시 새누리당 힘찬경제추진단장을 맡아 박근혜 후보 대선캠프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고, 백용호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장을 역임했다. 김병준 교수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이원덕 객원교수는 사회정책수석을, 김호기 교수는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을 각각 지냈다. 김상조 교수는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맡으며 야권의 경제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월례모임을 가지며 현안 진단과 해법에 관한 의견을 나눠왔다고 전했다. 또 보수-진보 학자들 모임의 구성원은 10여명에 이르지만 현재의 직위 및 직책상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사람들은 비공개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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