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조선 구조조정 태풍에 은행들 충당금 ‘폭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STX조선 여신 약 5조5000억원

법정관리땐 ‘회수 의문’ 분류

충당금, 지금의 2배 쌓아야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받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은행권의 충당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조선업종 전반으로 구조조정이 확대되면 은행들이 쌓아야 할 충당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25일 금융권의 설명을 들어보면, 에스티엑스조선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과 농협은행이 대출과 보증 등을 통해 지원한 여신 규모는 5조5천억원에 이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이 은행들이 쌓아야 하는 에스티엑스조선에 대한 충당금 규모는 크게 늘어난다. 지금까지 이들 은행은 에스티엑스조선에 대한 여신을 ‘고정’으로 분류해 전체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의 절반 정도만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정관리에 돌입해 에스티엑스조선의 여신이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분류하게 될 경우 산업은행은 약 1조5천억원, 수출입은행은 7천억원가량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지난 1분기에만 이미 3천억원 넘는 충당금을 쌓은 농협은행도 에스티엑스조선을 대상으로만 추가로 6천억원 이상을 적립해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은행들은 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분류하는데, 정상에서 추정손실로 갈수록 충당금 규모가 늘어난다.

진짜 시한폭탄은 다른 곳에 있다. 자구안을 마련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에 대한 은행권의 여신 규모는 55조원에 이른다. 이들 업체의 여신은 아직까지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지 않은 상황이다. 은행권의 위험노출액이 23조원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역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는데다 연체가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충당금을 제대로 쌓지 않고 있다. 구조조정이 본궤도에 오르면 언제든지 여신 분류를 다시 하고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국책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들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위험노출액은 2조원이 넘는다. 금융권에서는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체들의 여신 분류를 ‘고정 이하’로 둘 경우 국책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들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최대 10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수출입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
▶ 콕콕 짚어주는 [한겨레 카드뉴스] [사진으로 뉴스 따라잡기]
▶ 지금 여기 [강남 살인사건] [임을 위한 행진곡] [좋은 일자리 프로젝트]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